“시작하기가 두려웠다. 찍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런데 요즘 다시 두려워졌다”는 박정민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도박판’이라는 단어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로 접근하기 조심스러운 소재의 영화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추석 연휴에 가장 잘 어울릴 소재이기도 하다. 조승우, 최승현의 뒤를 이어 <타짜>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정민을 만나 포커에 일생을 건 타짜 도일출의 탄생기를 물었다.
-<타짜>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 합류한 소감이 어떤가.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타짜> 시리즈여서 선택하기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작 만화의 굉장한 팬이었고 사실 나는 <타짜-신의 손>에서 (이)동휘 형이 연기한 짜리 역 오디션을 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관심은 갔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해야 한다는 사람이 반, 하지 말라는 사람이 반이었는데 그렇게 물어보러 다니다보니, 어느샌가 내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더라. (웃음)
-시나리오는 원작 만화와 완전히 다르다. 캐릭터와 인물 관계 등 몇몇 뼈대만 남겨두고 거의 새로 썼던데.
=원작의 3부는 이전의 1, 2부와 달리 치정극도 있고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영화로 압축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또 워낙 옛날 감성이다 보니 요즘 시대에 맞게 사회문제도 반영하면서 각색한 감독님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도일출을 어떤 인물이라고 이해했나. 시나리오에서도 대사로 언급되지만 그는 타고난 ‘흙수저’다. 그 단어가 <타짜>의 고니(조승우), <타짜-신의 손>의 대길(최승현)과 비교해 도일출만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서 카드를 잘 치는 인물인데 자기 실력에 취해 있는 사람이다. 이 친구가 어떤 큰 인물을 만나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그런 면모를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가 점점 남자다운 모습으로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인물 분석이야 매번 하는 거지만 이번에는 장르영화에 들어간 현실적인 인물의 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또 장르적으로 재미있는 연기가 뭘까를 고민했다. 전편의 캐릭터와 무엇이 달라야 할까를 굳이 먼저 고민하지는 않았다.
-권오광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점이 있나.
=일출은 모든 인물과 섞여 있는 중심인물이다 보니 너무 많은 걸 하지 말자, 잘 치고 잘 빠지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매번 맡는 역할마다 혹은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 기술을 오랜 노력을 기울여 습득하는 것을 잘한다고 알려졌다. 이번에도 다양한 포커 기술을 모두 직접 했다던데.
=하아, 이제 연습만 언급되면 인터뷰에서 말하기 부담된다. (웃음) 그래도 관객을 생각하면 배우가 직접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정말 기술자처럼 다루는 것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장치를 해두면 원하는 카드를 뽑을 수 있는 기술 정도는 익혀서 직접한다. 실제 타짜보다는 마술사에게 배웠다. 그분이 2편 때도 자문을 해준 분이라고 하더라. 촬영 시스템을 잘 알고 계셨다.
-애꾸 역의 류승범 배우와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땠나.
=승범 선배는 현장에서 굉장히 평화로운 무욕의 상태였다. 생각의 깊이가 다른 사람이라 느꼈고, 또 본인이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묻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현장에서 꼭 붙어다녔다. 선배가 연기하면 스탭들이 모니터로 달려가서 보기 바쁘고.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박정민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될까.
=지금껏 작업한 영화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다. 대중에게 훅 다가가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 개봉을 앞두니 생각이 많아지는데, 관객이 보기에 박정민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배우구나, 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다작 배우가 됐다. 차기작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데.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은 현재 편집 중으로 알고 있다. 그 영화에서는 내가 짧게 등장하고, 최정열 감독의 <시동>에서는 고등학생 역할이다. 자퇴생이라서 다행히 교복은 안 입는다. 그리고 홍원찬 감독의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