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주인공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 샤론 테이트 세 사람은 서로 배우와 스턴트 대역, 그리고 이웃사촌 관계로 얽혀 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영화 안과 밖에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슈퍼히어로영화가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이 시대에 도착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북미 시장 여름 시즌에 개봉해 1억달러(전세계 3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변화하는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물간 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가 지닌 스타 파워 덕분에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 5월 23일,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던 크루아제트 거리의 칼튼 호텔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주역들을 직접 만나 산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주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협업에 대해 물었다.
-액션 스타 릭 달튼과 스턴트 대역배우 클리프 부스 둘의 관계는 아주 감성적인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_나는 이 영화가 쿠엔틴 자신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할리우드를 향한 러브레터다. 또한 그의 모든 영화적 요소의 총집합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고대 유물 같은 캐릭터, 릭과 클리프를 묘사하는 그의 방식이 너무 좋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지 알지 못한 채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쿠엔틴이 위대한 르네상스라고 여겼던 과거 할리우드와 그 시절의 영화에 대해 접근한 방식이 좋다.
=브래드 피트_나 역시 마찬가지다. 극중 릭과 샤론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상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현실에서 두 사람은 릭과 클리프처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며 지낸다고 생각하나.
브래드 피트_나는 레오를 정말 존경한다. 그도 나를 정말 존경한다고 말하겠지. (웃음) 레오는 지금껏 영화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작업을 해왔다. 모든 관계가 이렇게 대단하고 오래가지는 못하겠지만, 레오와 나는 같이해냈다. 정말 보석 같은 즐거움이다.
-실존 인물인 샤론 테이트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마고 로비_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실제 샤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연구했다. 그녀에 관해 내가 찾아서 읽을 수 있는 모든 걸 읽었다. (웃음) 동시에 나는 샤론이 이 영화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존재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쿠엔틴은 샤론이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이 되어주길 바랐다. 나는 샤론이 맡은 그 역할을 관객에게 그저 잘 전달해주기만 해도 성공하는 거라 여겼다. 배우로서 샤론 테이트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고 내가 그녀를 연기함으로써 그 존경심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이 자리를 빌려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에서 이소룡 같은 캐릭터와 싸우리란 상상을 한 적 있나.
브래드 피트_한번도 한 적 없다. (웃음) 그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선 정말 웃겼다. 이소룡을 연기한 배우 마이크 모는 정말 대단한 스토리를 지닌 배우다. 그는 어렵게 가족을 이끌며 고생해왔다. 멀리 위스콘신에서 개인 트레이닝 시설을 열어 활동하던 그가 LA까지 와서 이소룡이란 배역을 따낸 것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참고로 그 장면에서 우리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했다.
-샤론 테이트가 극장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며 미소 짓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마고 로비_칸에서 첫 상영하던 날, 극중 샤론과 똑같은 감정을 나도 느꼈다. 극장에 앉은 내가 스크린을 통해 내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하필 또 극중 샤론이 자신의 모습을 극장에 앉아 보고 있는 장면을 보는 거니까. 몇겹의 레이어가 겹쳐지던 그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현장에서는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려 노력한 것뿐이지만 그 순간은 정말 신나서 촬영했다.
-극중 릭 달튼처럼 거울 속에 비친 자신과 대화를 나눈 적 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_평소에도 정말 많이 한다. (웃음)
브래드 피트_단 한번도 없다. (웃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_이 영화는 인기를 잃어가는 배우 릭 달튼의 사회적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점점 대중에게 잊히는 가운데 그가 고민하는 것들, 그 불안한 목소리 안에서 놀랍도록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배우로서 나 자신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된, 나와 닮은 캐릭터다.
-1969년 할리우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어떤 전환점과도 같은 시기였다. 지금의 할리우드 역시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 쿠엔틴 타란티노가 지금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내놓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브래드 피트_우린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쿠엔틴은 2~3년 전에 이야기를 썼지만 이미 그때부터 어떤 할리우드의 변화를 감지했던 것 같다. 확실히 지금의 할리우드는 변화하고 있다. 많은 스튜디오가 한계에 부딪혔다. 업계의 새로운 움직임과 별개로 맨슨 패밀리가 저지른 살인사건은 당시 미국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그것은 어떤 순수성을 잃게 만들었다. 그는 평화를 앞세운 이상향과 자유로운 사랑을 말했지만 실상은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우리는 이후 문을 잠갔고 펜스를 올렸고 빌딩을 지었다. 더이상 LA는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었다. 이후 우리는 베트남전쟁을 겪었고 경제적 양극화의 시대가 되었다. 현재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스트리밍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성장세를 옆에서 떨어져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다. 지금은 기회의 시기다. 그리고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얼마나 분열되어 살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과연 어떻게 재정립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아이, 토냐> 등에 이르기까지 마고 로비 당신이 보여줬던 많은 작품 속 연기와 대사를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어 샤론 테이트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마고 로비_나는 항상 그 인물이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본다. 나는 내가 연기한 샤론이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관객에게 실존 인물이었던 샤론 테이트라는 배우를 존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꼭 대사가 아니더라도 실제 일어났던 비극에 대해, 또 샤론 테이트의 매력에 대해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샤론은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다. 나는 현장에서 샤론이란 캐릭터로 살면서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것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스크린을 통해 충분히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