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니나 내나> 우리 모두 다 이렇게 가족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2019-10-30
글 : 이화정

결혼식장 도우미로 일하는 중년 여성 미정(장혜진). 오래전 사고로 죽은 동생 수완의 환영을 실제처럼 맞닥뜨린 미정은 이번엔 진짜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한다. 그날, 미정의 형제들은 오래전 바람피우고 집을 나간 엄마의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니나 내나>는 그렇게 진주에 사는 미정과 동생 경환(태인호), 작가 동생 재윤(이가섭)을 픽업해 편지가 온 엄마의 연고지 파주로 가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아픈 아버지는 병원에 있고, 파주에서 맞닥뜨린 엄마의 실체 역시 파문을 일으킨다. 대체 이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경상도 사투리로 티격태격, ‘짜증’을 베이스로 서로를 질책하는 이 가족의 응어리는 ‘일상’이 되었고, 영화는 그 상황을 끈질기게 따라잡는다. 다 큰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말로 엮이는 사이.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이제는 부재하는 엄마와 죽은 형제가 이들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다. 부모의 싸움을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봐온 미정만큼, “나는 가족만 없으면 진짜 괜찮다”고 ‘못된’ 말을 하는 재윤의 상처도 적지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영화’가 떠오르는, 그렇게 가족이라서 징글징글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너나 나나, 우리 모두 다 이렇게 가족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남 아닌 내 가족의 이야기가 이들 사이에 엮인다. <기생충>으로 얼굴을 알린 장혜진의 연기가 갈등의 서사를 꽉 붙들어맨다. <환절기>(2018), <당신의 부탁>(2017)을 연출한 이동은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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