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감쪽같은 그녀> 김수안 - 어려움? 그게 뭐죠?
2019-11-26
글 : 임수연

김수안은 프로다. 그와 작업한 많은 영화인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얘기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감독이 던져주는 디렉팅을 바로 흡수하며 연기로 표현”(허인무 감독)하고, 직접 포장한 간식을 나눠주며 수십명의 스탭들을 살뜰히 챙기기까지 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보면, “세상엔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며 좋아하는 아이돌과 배우, 최근에 본 드라마 얘기를 떠드는 평범한 14살 소녀가 된다. 김수안이 “볼매”(볼수록 매력 있다)라고 소개한 <감쪽같은 그녀>는 배우 특유의 성숙함은 물론 일상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갓난아기를 업고 다짜고짜 할머니 말순(나문희)을 찾아온 공주(김수안)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12살 초등학생이다. 능숙하게 아기를 어르고 달래다가도 학교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전환이 매끄럽다.

-<부산행>(2016), <군함도>(2017) 등 주로 아빠 캐릭터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 이번엔 할머니와 함께했다.

=내가 아직 어리니까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나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긴 했는데, <감쪽같은 그녀>에서 나문희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다. 할머니가 주는 특유의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다.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다. 실제로도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똑같은 레시피로 음식을 해도 할머니가 해주신 맛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나문희 선생님과의 연기는 어땠나.

=처음에는 너무 대선배님이라 조심스럽고 아주 약간 무섭기도 했는데, 선생님이 잘 챙겨주셨다. 후반에는 ‘어려움? 그게 뭐죠?’ 하면서 찍었다. (웃음) 선생님은 정말 노력파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존경스럽다.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한다. 나문희 선생님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초등학생 때 공부도 잘했고 전교 회장까지 했다고. 친구들과 갈등을 겪는 공주와는 다른 학교생활을 한 셈이다.

=일단 애를 키우느라 잠이 모자란 공주와 달리 수업시간에 자지 않는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착실하고 성실한 학생이다. 점심시간에는 본능이 깨어난다. 친구들과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재밌게 논다. <감쪽같은 그녀> 현장에서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도 무척 재밌었다. 사실 친구들로 나온 배우들이 나보다 2~3살 어리다. 촬영 때는 키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내가 머리 하나는 더 큰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긴 했구나 싶고. (웃음)

-극 후반 공주가 보여주는 감정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저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을 텐데 어쩜 그 상황을 잘 아는 사람처럼 연기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슬픈 일이 벌어졌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했다. 허인무 감독님이 내 무표정이 되게 오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좋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내가 얼굴에 한이 많게 생겼나보다. 어찌됐건 좋은 거니까~! (웃음)

-처음에는 춤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때 잘 췄던 거다! (웃음) 지금도 조~금 춘다. 콘서트도 갈 만큼 비투비와 마마무를 좋아하는데 신곡 나오면 안무 영상을 보며 춤을 따라한다. 내 안에서 에너지가 들끓는 것 같다. 에너지가 배출되지 않으면 독서든 공부든 연기든 춤이든 집중력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예전 인터뷰를 보면 나중에 연출을 하고 싶다고. 지금도 유효한 꿈인가.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년제’라고 해서 꿈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현실적인 문제를 알게 된 다음 내가 입지를 좀 다진 후 시작해야겠다, 섣불리 뛰어들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UCC나 연극을 만들 때 조장을 한 적이 있는데 책임감을 갖고 조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생기더라. 감독 역시 현장에서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내가 사람들을 잘 끌어갈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시작하면 금방 무너질 수 있다. 배우라는 직업도 되게 매력 있다. 61살에도 14살에도 사람은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가지 않는 나이대란 없다. 그러니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부산행> <군함도> 같은 블록버스터나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캐릭터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감쪽같은 그녀>는 일상적인 연기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여진다.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다. 강하고 굵직한 작품도 좋고, 이제 중학생이 됐으니 교복을 입고 하이틴물도 찍고 싶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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