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제작진에게 먼저 연락해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힐 정도로 원작 소설, 게임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점을 그토록 좋아하나.
=아버지에게 듣기론 내가 3살 때부터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이 장르의 팬이다. 잘 쓰인 판타지 소설이라면 언제든 꺼내 읽고 푹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위쳐>의 경우 원작 작가 안제이 삽코프스키의 글 자체가 지닌 힘이 강력했다. 우선 전형적이지 않았다. 물론 엘프와 난쟁이, 노움 등 고대종족과 괴물들, 마법사들이 나온다는 점은 장르의 관습을 따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위쳐>는 그보다 훨씬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한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박해받은 역사를 지닌 폴란드의 작가로서 유럽 대륙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존재의 고독을 파고든 부분들도 있다. 장르의 즐거움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는 드물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 내가 완전히 푹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판타지 장르를 독자로서 읽고 즐기는 것과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은 다른 경험일 것이다. 현장에서 보다 높은 상상력과 창의적인 연기가 필요한 장르인데.
=다행히 나는 CG와 특수효과에 매우 익숙하다. 내 커리어의 많은 부분을 그린스크린 앞에서 보냈으니…. (웃음) 그래서 그런 작업에 일단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당장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작업도 꽤 익숙해진 것 같다. 특히 <위쳐>를 찍을 때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VFX 디자이너가 내 옆에서 지금 찍는 장면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예상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줬다. 크리처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어떤 원리로 움직일지 미리 꼼꼼히 파악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원작 소설에서 게롤트가 한 페이지를 꽉 채우고도 그 다음장까지 이어지는 긴 독백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사실이다. 가급적 소설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싶지만, TV시리즈의 스크린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다 담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작가가 자신만의 글쓰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특정한 무언가를 내 연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전달자인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최초의 감정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안무처럼 꽉 짜인 액션신이 돋보인다.
=이번엔 검을 잘 활용해야 했다. 촬영 시간이 꽤 촉박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습득 후에 바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제법 잘해낸 것 같다.(웃음) 특별히 공들인 장면은 에피소드1의 후반부 액션신이다. 프로덕션 스케줄상 시즌1의 촬영 가장 마지막에 이 장면을 찍었다. 에피소드1에서 게롤트의 능력치를 처음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액션 구성에 개성을 더하는 동시에, 이미 다 찍어둔 나머지 에피소드에서의 게롤트의 스타일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굉장히 섬세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함께한 무술감독 볼프강 슈테게만과 함께 액션신 구성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돌연변이 게롤트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만큼 주변으로부터 차별과 소외를 겪는 캐릭터다. 고독한 아웃사이더 캐릭터에 어떤 식으로 감정이입했나.
=어렵지 않았다. 나 역시 수많은 대중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다. 자주 존재의 고독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물론 곁에서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보내주는 많은 팬들에게 감사하고, 그분들에게서 힘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살면서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받아보는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유명인으로 산다는 건 나와 내 작품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들의 평가나 비판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이 비즈니스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그래서 게롤트가 받는 관심, 그가 느끼는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 나와 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지금 같은 일을 하기 전, 소년 시절의 나는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위쳐라는 존재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나 자신의 일부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