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카잔자키스> 카잔차키스의 창작 여정을 갈무리한다
2020-01-22
글 : 남선우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는 문구를 비석에 새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잘 알려진 그리스 태생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조명한 전기영화 <카잔자키스>는 그가 사망 직전에 완성한 회고적 성격의 저작 <영혼의 자서전>에 토대를 둔 작품이다. 병상의 니코스(오디세즈 파파스필리오풀로스)가 아내 엘레니(마리나 칼로기루)와 대화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구성을 취한 이 영화는 그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는 세월을 차례로 따라가며 카잔차키스의 창작 여정을 갈무리한다. 특히 그의 첫 소설 <뱀과 백합>,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 당대 국제 정세와 맞물려 정부는 물론 종교계의 이목까지 끌었던 문제작 <미할리스 대장> <최후의 유혹> 등의 작품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터키의 그리스 침략, 러시아혁명,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카잔차키스의 생애와 맺은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한편 작가의 성격과 사상에 영향을 미친 아버지, 연인, 문우들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진다. 긴 시간, 다양한 사건, 여러 인물을 포괄하다보니 영화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내밀한 탐구보다 요약적 서술에 머무른다는 인상도 주지만, 작가의 고향 크레타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빈, 러시아 모스크바 등 스크린 가득 예술적 정취를 내뿜는 유럽 각지의 풍광이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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