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매력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배우 안재홍. 여러 작품들을 통해 대세 배우로 거듭난 만큼, 그는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해치지않아>에서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접 동물 탈을 쓴 태수를 연기, 타율 놓은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으며 2월에는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으로 곧바로 관객들과 재회한다.
그런데, <사냥의 시간> 스틸컷 속 안재홍은 새삼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짧게 민 머리카락과 스크래치를 낸 눈썹, 불만 가득한 눈빛과 표정까지. 확실히 이전까지의 안재홍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거친 이미지다. 새로운 모습이 어색한 괴리감을 유발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다. 우리는 이미 안재홍이 어떤 캐릭터이건 자신만의 색을 입혀 소화하는 것을 목격했지 않은가. 다양한 모습을 스크린 안과 밖에서 보여줬던 안재홍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광화문 시네마의 보석
안재홍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작사가 국내 최고의 독립영화 명가로 자리매김한 ‘광화문시네마’다. 안재홍의 첫 장편 주연작이 광화문시네마의 첫 제작 영화 <1999, 면회>다. 안재홍과 광화문시네마는 그 시작을 같이 했다.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함’이 발현된 것도 이 시점. 그 결과 안재홍은 함께 주연을 맡은 김창환, 심희섭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남자배우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 기세를 이어 광화문시네마는 <족구왕>에서도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다른 이들은 ‘스펙’을 위해 전전긍긍할 때 홀로 ‘족구’를 고집했던 만섭(안재홍). 그 대책 없음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그려질 줄 알았던 이는 적었을 듯하다. 그렇게 안재홍과 광화문시네마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코미디, 캐릭터를 완성하며 서로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이후로도 그는 광화문시네마가 제작한 모든 영화에 출연했다. 2016년 <범죄의 여왕>에서는 카메오로 등장해 깨알 웃음을 담당했으며,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에서는 주인공 미소(이솜)의 남자친구 한솔을 연기, 귀엽고도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줬다. 달콤 씁쓸한 두 사람의 마지막은 ‘올해의 이별신’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안재홍은 이런 광화문시네마에 대해 “집 같은 곳”이라고 언급, “앞으로도 계속 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넓은 스펙트럼
광화문시네마 밖에서도 안재홍은 3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단편영화부터 상업영화, 단역부터 주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그중 꾸준히 함께하고 있는 감독이 있으니 사람들의 일상, 심리를 가감 없이 파헤치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홍상수 감독이다. 건국대학교 예술학부에 진학한 안재홍은 당시 교수로 재직 중이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에서 단역으로 등장, <자유의 언덕> 등에서는 스태프로 참여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른 후에는 비중을 키워 <밤의 해변에서 혼자>, <풀잎들>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때로는 불편한, 묘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안재홍은 ‘내 주위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인물’로 어우러졌다.
정반대 지점의 영화로도 모습을 비췄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처음 대면한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는 귀여운 슬랩스틱 코미디를, 배종 감독의 <조작된 도시>에서는 전매특허의 엉성한 매력에 액션을 가미한 역할을 소화했다. 본인을 투영한 듯한 사실적인 모습부터, 장르색 짙은 연기까지.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을 무기로 작품 스타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드라마에서도 빛나는
드라마 속 안재홍도 빼놓을 수 없다. <족구왕> 때부터 그를 눈여겨 본 이들도 있겠지만,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역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다. 공부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7수생이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위안을 준 정봉이(안재홍). 주로 코믹함을 담당했지만 그 속에서도 휴머니티 가득한 면모로 훈훈한 미소를 유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미묘한 차이가 있었지만 밉지 않은 찌질 캐릭터를 자주 맡았던 안재홍. 드라마 <썸, 마이웨이>에서는 그 흔적을 말끔히 지워냈다. 6년간 사귄 천사 같은 여자친구를 두고 바람 아닌(본인 주장) 바람을 피우는 주만(안재홍). 욕을 부르는 ‘고구마’스러운 행동을 거듭했지만 오랜 연인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권태’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씁쓸함을 담아냈다. 이후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10kg의 체중 감량까지 강행해 유머, 지성, 배려, 찌질을 고루 갖춘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멜로 장르에서 입지를 굳혔다.
감독 안재홍
영화를 전공한 안재홍은 대학 시절부터 단편영화도 연출하고 있다. 연기 전공이었지만 연출에도 욕심이 생겨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었으며, 2009년 제작한 <좋은 연기>는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에서 ‘이달의 단편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안재홍은 “영화를 직접 찍어보니 감독들이 왜 답답해하는지 알겠더라.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니 연기하면서 몸이 많이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2014년에는 첫사랑을 닮은 소녀와의 우연한 여행담을 그린 <열아홉, 연주>를 통해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받았으며, 2015년에는 20대의 우울하지만 희망찬 일상을 담은 <검은 돼지>로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최근 안재홍은 “다시 말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 시나리오를 끄적여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뮤직비디오 출연도 있다. 그 시작은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 앨범 <사랑의 단상> 뮤직비디오다. <족구왕>으로 호흡을 맞췄던 황승언과 함께 출연, 안재홍이 그녀의 웨딩 사진을 찍어주는 내용이다.(정황상 과거의 연인으로 보인다) 대사 한 번 등장하지 않으며, 두 사람을 교차한 화면이 전부였지만 안재홍은 만감이 교차하는 심경을 녹여냈다.
<소공녀>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마음을 후벼 팔 뮤직비디오도 있다. 영화의 뒷이야기를 담은 Zion T의 ‘눈(feat. 이문세)’ 뮤직비디오다.(뮤직비디오가 영화보다 먼저 공개됐지만 아예 <소공녀>의 시퀄로 기획했다. 연출을 맡은 이도 광화문시네마의 이요섭 감독) 미소를 떠나보낸 한솔이 상상으로나마 그녀를 추억하는 전개다. 뮤직비디오만으로도 훌륭한 결과물이었지만, 영화를 본 이라면 그 여운을 이어가며 눈물샘을 자극했을 영상이다.
이외에도 안재홍은 윤종신의 싱글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의 ‘이별하긴 하겠지(with 김필, 천단비)’, ‘워커홀릭(with 하동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그의 취미
스크린 밖 안재홍은 어떨까. 우선 그가 밝힌 그의 취미는 ‘(딱히 정해진 놓은 것은)없다’다. 작품 활동 외 시간을 멍하니 보내기 싫어 관심이 가는 것에 그때그때 도전한다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기타를 연습, 촬영이 끝난 후에도 흥미를 이어가 학원에 다녔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직접 연주를 하기도. 이외에도 요리를 배우는 중이며, 여행 프로그램 <트래블러>로 아르헨티나에 다녀온 후에는 영어 공부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봉사활동
꾸준히 해외 봉사활동을 다니는 배우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안재홍은 네팔, 캄보디아 등으로 틈틈이 봉사 활동을 간다. 건물 공사를 도와주거나, 학교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등 여러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애묘인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이다. 이름은 ‘레이첼’. 할리우드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에서 따온 이름이다.(아만다 사이프리드와 고민하다 레이첼로 지었다) 5년 전 유기묘를 분양받아 벌써 5년째 함께 하고 있다. 안재홍의 인스타그램에는 레이첼의 사진이 심심치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종종 인터뷰에서까지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해치지않아> 때 사용한 북극곰 인형을 선물로 줬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프로먹방러
레이첼 외에도 그의 일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폭풍 먹방으로 ‘맛의 도른자’라는 칭호까지 얻어낸 안재홍. 그 먹방 실력은 음식을 사랑하는 그의 본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된 듯하다. 지방 촬영을 가서도 지역 맛집부터 찾아보며, 맛있었던 음식은 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소셜미디어로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