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테러리스트> 억압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사는 사람들
2020-02-26
글 : 이나경 (객원기자)

테러의 위험과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시 이스탄불, 장기 복역수인 카디르(메흐메트 오즈구르)는 시의 비밀 정보원이 된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된다. 이후 20년 만에 가족들을 찾지만 둘째 벨리는 실종된 지 어느덧 10년이 됐고, 막내 아흐메트(베르카이 아테스)와의 관계는 전과 같을 수 없다. 가족이 도망간 이후 유기견 사살을 일로 삼고 있는 아흐메트는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고, 조니라는 이름을 붙인 채 몰래 보살핀다.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카디르는 마을을 감시함과 동시에 어딘지 미심쩍은 아흐메트의 동태 또한 살핀다. 계속되는 전쟁 통에 봉쇄된 마을, 끝없이 이어지는 무장군인과 장갑차 행렬, 총과 폭탄, 사이렌 소리, 부정부패를 일삼는 중앙정부, 억압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사는 사람들. <더 테러리스트>는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삶을 두 형제의 시점에서 그려낸다.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두 사람은 참혹한 주변 환경에 의해 극심한 강박과 편집증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는 이들의 심리를 시청각 효과를 통해 전하는데, 특히 정교하게 작업된 사운드 디자인은 극의 긴장을 증폭시킨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메흐메트 오즈구르와 베르카이 아테스의 호연 또한 돋보인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작품상, 감독상을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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