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클로젯> 김광빈 감독 - "아이들의 상처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고민했다"
2020-03-12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가족관계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건 김광빈 감독의 오랜 관심사다. 가족의 씁쓸한 이면을 들추어냈고(단편 <모던 패밀리>(2011)), 편모 슬하의 가난한 아이가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재기 넘치게 그려냈던(단편 <자물쇠 따는 방법>(2016)) 감독은 자신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클로젯>에서도 상원(하정우)과 이나(허율), 두 부녀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그려낸다.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건축가 상원은 소원해진 딸 이나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새 출발하기 위해 깊은 숲속에 위치한 새집으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이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상원은 퇴마사 경훈(김남길)과 함께 딸의 실종과 관련된 비밀을 파헤쳐간다. 김광빈 감독은 “호러·스릴러 장르를 통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장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살짝 열린 벽장 틈을 본 적 있는데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통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를 빨리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이야기의 방향과 핵심 키워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작 제작자(윤종빈, 하정우)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웃음)

=윤 감독님이 처음에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어떤 얘기인지 궁금해하셨다. ‘딸이 사라졌는데 알고보니 딸의 실종과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리니 윤 감독님이 “어? 재미있는데?”라고 관심을 보여주셨다. 하정우 선배도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가 <주온: 원혼의 부활>(2009)”이라고 하셨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두분이 “감독님이 원하는 거 다 하시라. 움츠러들지 말고 더 과감하게 표현하고 수위는 신경쓰지 마시라”고 적극 지원해주셨다.

-부녀지간인 상원과 이나는 관계가 소원해져 대화가 거의 없다. 이러한 부녀 관계는 자전적인 경험에서 나온 건가.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긴 하다. 그걸 떠나서 아버지는 엄격하셨고, 그래서 대화를 많이,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군대 시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을 많이 했다. 휴가를 나오면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부모님 앞에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은 왜 속을 터놓지 못하는 걸까, 진정한 소통은 무엇일까 등 여러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깊은 숲속에 자리한 상원의 집은 이야기의 무대이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가정에 소홀한 상원의 무심한 성격과 건축가로서의 능력을 고스란히 집에 반영하려고 했다. 하정우씨는 상원의 집이 “딱딱하고 차가운 북유럽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박일현 미술감독님과 한국에는 없을 것 같은 공간을 과감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집을 힘들게 찾아내 2층은 가벽으로 짓고,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으로 채워넣었다.

-배우 하정우의 어떤 점이 상원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이 영화에서 상원은 아이를 돌보는 데 관심이 없는 아버지다. 육아를 아내에게 맡긴 채 건축 일에 열중하고 가정에 돈을 벌어다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가정에 무책임했던 사람이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은 딸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하정우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시크함과 어색함이 상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배우 김남길이 맡은 퇴마사 경훈은 말이 무척 많은 퇴마사라는 점에서 재미있더라.

=평소 지켜본 김남길 배우는 허허실실하다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눈빛이 180도 달라지는 사람이다. 경훈은 이야기의 초중반에는 몸에 힘을 빼고 있다가 중반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때 서사에 힘을 주는캐릭터다. 보통 구마 의식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퇴마사는 진지하고 무게를 잡는데 그렇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말 많은 캐릭터로 구축했다.

-반대로 상원은 말수가 적은데.

=관객이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말 많고 ‘먹방’하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나. 김남길 배우가 말이 많은 캐릭터라면, 하정우 배우는 말수가 적은 캐릭터로 설정해 새로운 긴장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구마 의식 또한 특정 종교를 참조하기보다 다양한 종교의 구마 의식을 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어떤 종교들을 조합했나.

=박일현 미술감독님이 실제 무당들로부터 고증을 받아 인도, 티베트, 서양의 구마 의식 일부를 서사에 맞게 조합했다. 제단은 티베트 불교 의식을, 제단에 올라간 꽃잎은 인도 불교 의식을 참조했다. 부적 또한 진짜다.

-버림받은 아이들이 한데 모인 영화의 후반부는 <옥수수밭의 아이들>이나 <쿠조> 같은 스티븐 킹 소설 속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던데.

=상처받은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다. 특정 레퍼런스를 언급하기보다는 우리가 정한 컨셉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나의 방은 왜곡된 사운드 장치를 활용해 이나의 상처를 드러낸다. 아이들이 모인 후반부 시퀀스는 아이들을 밀랍인형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김시아가 연기한 명진이 아이들 중 하나인데 연기가 매우 강렬했다.

=이나를 연기한 허율과 함께 집중력이 매우 좋았다. 으스스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역할인데도 주문을 잘 이해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얘긴 어렵지만, 시아가 우는 후반부 시퀀스에서 안심이 됐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시아가 나를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그 시퀀스는 현실적인 공간이 아니기에 시각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상처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아이들의 분노가 무섭게 보여야 했다. 무술팀에서 키가 작은 스턴트맨들이 아이 분장을 했고, 그외의 아이들은 아역배우들이 촬영 전 서울액션스쿨에 들어가 액션 합을 철저하게 익혔다.

-영화는 오컬트 장르를 통해 아이들의 상처와 한을 풀어주는 방법은 진정한 사과와 화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주인공이 악귀를 퇴치하는 플롯으로 전개되는 보통 오컬트 장르와의 차이이기도 하다. 살면서 실수를 할 수 있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는데 그때 사과를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평범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첫 장편영화를 찍은 소감이 어떤가.

=경력 많은 스탭들과 배우들 덕분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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