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라 불리는 곳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수직 감옥이다. 콘크리트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수감자들에게 그 위에 놓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는데, 아래층 수감자는 위층에서 먹다 남긴 걸 먹어야 하는 형국이다. 48층에서 눈을 뜬 주인공 고렝(이반 마사구에)은 심술궂은 노인 트리마가시(조리온 에귈레오)가 음식을 먹고 난 뒤 아래층 수감자들을 골려주기 위해 침을 뱉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만 이내 구덩이의 체계에 적응한다. <더 플랫폼>은 기이한 규율이 작동하는 지옥도다. 잘 차려진 음식이 찌꺼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의 미식과 탐식 문화에 회의감마저 든다. 감옥은 계급을 은유하려는 듯 보이지만 파괴적인 내러티브는 본래 목적과 달리 위악적이고 인간혐오적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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