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아들 도키오>
2020-05-19
글 : 이다혜
사진 : 백종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문승준 옮김 / 비채 펴냄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하는 소설가인데,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을 비롯한 미스터리 소설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감동적인 드라마로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아들 도키오>는 그중 후자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소설로,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인어가 잠든 집>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즐겨 읽은 이들에게 <아들 도키오>를 권한다.

소설의 도입부, 몸에 튜브들이 연결된 채로 한 청년이 투명한 벽 너머에 잠들어 있다. 생명유지장치 소리만이 울리는 곳에서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그의 부모다. 미야모토 다쿠미와 레이코. 의사는 향후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부모에게 통보했다. 다쿠미와 레이코 부부는 아들을 갖기 전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처음 다쿠미가 레이코에게 청혼할 당시, 레이코는 청혼을 거절하며 자신의 집안에 유전되는 병이 있음을 알린 적이 있었다.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이라는 병은 10대 중반까지는 징후가 없다가 발병하고 나면 운동신경을 잃고 나중에는 장기 기능도 저하되며 의학적 도움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어지는 병이다. 레이코의 집안에서는 이 불치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여럿. 다쿠미는 그 말을 듣고도 결혼할 의사에 변함이 없음을 알렸고, 레이코의 임신 사실을 알고 갈등은 있었지만 아이를 낳기로 했다. 그 아들이 지금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도키오다. 레이코는 “그 아이에게 묻고 싶었어.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라고 말하는데, 다쿠미는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한다. “옛날에 나는 도키오를 만났어. 이십년도 더 된 일이야.”

<아들 도키오>는 스물세살이던 다쿠미를 찾아온 수수께끼의 청년에 대한 이야기다. <백 투 더 퓨처>로 시작해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끝나는 듯한 이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자녀와 그를 사랑하는 부모를 애틋하게 엮는다.

태어나서 다행이다

다쿠미 형과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 정말로 행복했어. 아니, 이 세계에서 만나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지금의 다쿠미 형과 만나기 전에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거든. 태어나길 다행이라 생각했어.(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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