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소리꾼' 이유리 - 새로운 기회가 필요해
2020-07-02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복수의 화신 ‘연민정’은 잊어도 좋다. <소리꾼>에서 이유리가 연기한 간난이는 심성이 곱고, 온화하며,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여성이다. 청이(김하연)의 엄마이자 소리꾼 학규(이봉근)의 아내인 그는, 정체가 불분명한 집단에 잡혀갈 때조차 바른말을 할 만큼 강인한 여성이기도 하다. 청소년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뒤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여러 드라마에서 당돌한 막내딸을 연기했고, <왔다! 장보리>에서 맡은 연민정으로 복수의 아이콘이 된 그가 <분신사바>(2004) 이후 16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했다. 이유리는“큰 스크린에서 보니 작은 실수까지 눈에 들어와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는 <분신사바> 이후 16년 만이다.

=영화에 무척 출연하고 싶었다. 옴니버스영화(<괴담>(2005))나 단편(<애가>(2007))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장편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큰 스크린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게 낯설더라.

-조정래 감독이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선희 역할을 연기한 걸 보고 출연을 제안한 거라고.

=감독님이 그 드라마 훨씬 전부터 내 연기를 계속 지켜보셨더라. 감독님이 ‘이유리가 간난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셔서 감사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건 힘이 나는 일이니까.

-그 말은, 그간 새로운 캐릭터나 좋은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굉장히, 굉장히 갈증이 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걸 즐기는 성격이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달아 맡기보다 해보지 못한 캐릭터를 맡을 때 희열감을 느끼는 편이다. 출연 분량을 떠나서 말이다.

-간난은 의지가 강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여성이다.

=감독님이 간난이를 “순종적이지 않고 환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의지가 강한 여성”이라고 설정해주셨다. “남편인 학규가 오히려 아이 같으니 간난이가 누나처럼 보여야 한다”고도 하셨다.

-조정래 감독이 무언가를 준비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는 주문을 했다고.

=“‘(이)유리가 간난’이니 설정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현대 여성이 조선시대로 옮겨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말은 쉽지만 어려운 주문이지 않나. 광산에서 나와 걸어가는 모습은 진짜 간난인 것 같아 마음에 들고, 그외의 장면들은 아쉬움이 많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출연을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경쟁사회에서 다른 배우들과 배역을 두고 경쟁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가장 좋은 건, 나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만나는 건데 그런 기회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있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새롭고 좋은 배역과 작품이 있다면 오디션을 볼 마음은 항상 하고 있다. 그렇게 경쟁을 통해 한 계단씩 올라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기한 연민정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연민정 캐릭터가 이후 연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연민정이 강한 캐릭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더라. (웃음) 한 장르에서 악역으로 인정받은 건 의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코미디물도 좋아하고, 다양한 장르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평소 운동 삼아 익스트림 태권도도 배우고 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액션영화도 하고 싶다.

-최근 여성 서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소리꾼>에 출연했을 때 함께 작업한 사람들로부터 “영화쪽으로 잘 오셨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출연 분량에 상관없이 흥미로운 캐릭터를 맡고 싶은 간절함이 크다.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그 배역을 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업체라 불리는 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손이 크던데.

=음식이 부족하면 불안하고, 넘쳐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다. 어린 시절 혼자서 밥을 먹을 때도 한상 가득 차렸다. 1남3녀 중 막내로 자랐는데 매 끼니 밥과 반찬을 새로 하면 귀찮을 수 있어 요리를 한꺼번에 한 뒤 냉동시켜놓고 차례로 먹었다. 그런 경험이 요리를 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연기할 때도 많이 준비해야 현장에서 불안감이 덜한가.

=맞다. 그래서 차에 뭐가 많다. (웃음) 먼저 도착해서 자더라도 콜타임보다 한 시간 일찍 현장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놀러가듯이 매니저와 함께 기차 타고 편하게 현장을 오가며 작업했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에서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아직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살인사건에 연루돼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여성을 맡았다. 그가 누명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9월 채널A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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