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소리꾼' 김동완 - 배우고 또 배우고
2020-07-02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얼쑤!” 학규(이봉근)의 소리에 맞춰 양반 박씨(김동완)가 맛깔나게 추임새를 넣는다. 학규의 소리에 감명을 받은 박씨는 학규의 일행에 합류하고 사라진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다. 다른 양반들과 다르게 서민들 속에 섞여 풍류를 즐기고, 밉지 않은 능청스러움으로 일행의 분위기를 밝게 반전시키는 인물. 양반 박씨의 밝은 에너지를 예상하고 마주한 김동완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연기에 관한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배우’로 돌변했다. 가수와 배우, 두개의 수식어 사이에서 끝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배우 김동완과의 대화를 전한다.

-<시선 사이> 이후 4년 만의 영화다. 오늘 첫 시사였는데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그렇다. 전에는 중간중간 촬영분을 보곤 했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전혀 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처음 영화를 본 셈인데 최종 결과물이 너무 잘 나왔더라. 보면서 거의 5번은 울었다. (웃음) 오랜만의 영화라 낯설었고 그동안 내가 해온 컨셉과 달라서 걱정했는데 전부 내 기우였다. 사실 처음에는 양반 박씨가 아닌 다른 역할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양반 박씨가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서 이 역을 맡고 싶다고,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열심히 어필했다.

-양반 박씨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일단 허당미. (웃음) 착실히 살아온 것에 반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고. 당대에 그런 양반들이 얼마나 많았겠나. 실존 인물이라 기존 자료들을 계속 찾아봤는데 실력도 출중했고 왕과 유일하게 눈도 마주친 인물이었다. 결국 왕의 눈 밖에 나 좌천되는 기구한 삶을 살았지만 와중에도 정의롭게 살고자 했다는 점에도 마음이 갔다.

-판소리를 배웠다고 하던데 극중 양반 박씨는 단 한번도 소리를 하지 않는다.

=내가 소리를 하진 않지만 소리패와 어울리는 인물이다. 뭐든지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태가 다르지 않나. 소리를 모르면 연기할 때 어색함이 느껴질 것 같아서 3주 동안 짧게나마 판소리를 배웠다. 그때 배운 장단 타는 법, “얼쑤!” 하고 추임새 넣는 법, 북 치는 법 등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붓 드는 장면도 있어서 서예학원도 잠시 다녔다. 오늘 보니 최종적으론 편집됐더라.(웃음) 소리를 하지 않아 아쉽지 않느냐고 더러 물어보시는데 전혀. 소리를 하면 그저 가수의 연장선상일 것 같았다. 장난처럼 몇번 해보기도 했는데 만만히 볼 것이 아니더라. 기본적으로 5년은 해야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사극을 간절히 하고 싶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분위기와 말투, 의상 등 시대극 특유의 것들을 좋아한다.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잘할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긴다. 또 클래식이 가진 매력을 탐구하고, 그것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서 오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특히 판소리는 그 속으로 정말 심도 있게 파고들지 않나. <소리꾼>은 그런 판소리를 주제로 하고, 가수나 연기자가 아닌 진짜 소리꾼을 주연으로 세운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연극 <렁스>에도 참여 중이다. 연극에 영화 홍보까지, 하루가 거의 48시간처럼 느껴지겠다.

=이 정도 바쁜 건 괜찮다. 무엇보다 지금 너무 즐겁다. 연극의 경우 선배들이 왜 그토록 연극을 해봐야 한다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고. 너무 늦게 그 말을 실천으로 옮긴 것 같아 아쉽다. 지금까지 연기에 제대로 접근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 연극은 관객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공연이 무르익다보면 처음엔 보이지 않던 객석 구석에서 눈물 훔치는 관객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오고 어느새 관객의 공기를 느끼며 연기하게 된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반복해 도전하는 배우들, 그런 배우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마주하다 보면 가끔 이 모든 게 올림픽경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 뮤지컬, 영화와 연극까지. 활동 범위를 계속 넓힐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시골에서의 삶. (웃음) 원래는 일을 좀 줄이려는 마음으로 시골로 들어갔다. 그런데 몸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마음도 많이 치유됐고, 그러다보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내가 늘 꿈꿔왔던 일들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운 좋게 이 영화까지 만나게 됐다.

-‘배우 김동완’ 앞에 또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나.

=배우로 기억되면 그것만으로도 크게 얻은 거다. 아이돌 출신이고 지금까지 아이돌로 오래 사랑을 받아온 입장에서 이 이미지를 벗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다만 굉장히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전문성을 보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늘 있다. 아이돌에 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도전정신으로 지금껏 달려왔다.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루기보단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 그만한 칭찬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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