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반도' 이정현·권해효·이레 배우 - 시원하게 강인하게 책임감 있게
2020-07-09
글 : 배동미
권해효, 이레, 이정현(왼쪽부터).

여성, 아이, 노인.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연대다. 첫째 딸 준이(이레)가 빠르게 차를 운전하면, 둘째 딸 유진(이예원)은 RC카를 조종해 좀비들을 유인한다. 엄마 민정(이정현)은 한국으로 돌아온 정석(강동원)이 어려움에 처하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사리분별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실속을 챙기기보다 연대하는 편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확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착한 캐릭터’인 민정, 준이, 김 노인(권해효)은 어쩌면 일상이 된 재난을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다. 선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액션을 도맡은 배우 이정현과 권해효, 이레와의 대화를 전한다.

-<반도>에 출연한 이유가 좀비영화라는 장르 때문인지 연상호 감독 때문인지 궁금하다.

권해효 연상호란 작가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가 또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를 할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반도>를 선택했다.

이레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부산행>을 정말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다. 앉은자리에서 슉슉슉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나리오를 바로 다 읽었다. 해야겠다 싶었다. 준이란 캐릭터가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다르게 터프해서 좋았다.

이정현 좀비 컨셉의 앨범 《V》를 발매한 적 있는데, 박찬욱·박찬경 형제가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그만큼 좀비를 좋아한다. 그리고 당연히 연상호 감독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머릿속에 콘티가 다 있어서 연상호 감독은 딱 필요한 액션 장면만 찍는다. 배우들이 지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촬영장에서 현장편집만 봐도 그래픽 빼고 완벽하다시피했다. 너무 신기했다.

-촬영할 때 가장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장면은 무엇이었나.

이레 준이가 운전하는 신이 가장 흥분되지 않았나 싶다. 빠르게 차를 몰고 나타날 때 마치 “나 왔어” 하는 느낌이었다. (웃음)

이정현 민정이 좀비들과 싸울 때. 그런 멋진 액션 처음 해봤다. 어딘가에 에너지를 풀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모니터로 봐도 너무 흥분됐다.

권해효 노인이 무슨 아드레날린이겠나. (웃음)

-좀비영화는 기능적으로 항상 ‘민폐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 <반도>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그런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나.

권해효 우리도 궁금하다. 관객이 “쟤 때문에 빨리 못 가고 있잖아!” 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누굴까. (웃음) <부산행>은 평온한 일상이 깨지면서 인간의 본능과 동물성이 드러나는 영화다. <반도>는 이미 그 시간이 다 지나가고 반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살아남기 위해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경우도 있고 악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영화가 그런 대비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이 마구잡이로 섞인 상태에서 드러나는 악인, <부산행>에서 배우 김의성이 연기한 인물 같은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웃음)

-각자의 캐릭터가 표현하는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레 시원시원함. 운전하면서 좀비들을 쓸어버린다. 영화를 본 관객도 “이레가 나오는 장면에서 시원하다”, “답답함이 해소된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정현 강인함. 강인하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엄마다.

권해효 기성세대로서 갖고 있는 죄책감. 좀비 세상이 된 건 정확하게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김 노인은 세상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이다.

-촬영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 같다.

권해효 <반도>를 기획할 때 누구도 작품을 코로나19 팬데믹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반도>란 영화를 본 관객은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낄 것 같다. 거창하게 시대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객과 공명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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