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반도' 구교환·김민재 배우 - 카메라 돌 때는 블록버스터, 돌지 않을 때는 시트콤
2020-07-09
글 : 송경원
김민재, 구교환(왼쪽부터).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살아남아 야만성을 드러낸 군대 631부대는 <반도>의 실질적인 악역이다. 무릇 악역이 입체적으로 살아야 영화도 사는 법. 그런 측면에서 서 대위와 황 중사, 구교환과 김민재 배우는 <반도>의 성패를 쥔 키맨이다. 살갑게 농담을 치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두 사람은 친형제 이상의 친밀감을 자랑했다. 그야말로 알콩달콩, 애틋하게까지 보이는 두 배우의 호흡을 보며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높아져간다.

-구교환 배우가 서 대위, 김민재 배우가 황 중사 역을 맡았다.

김민재 구도상 악당이긴 한데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631부대는 국가가 없어진 곳에서 폭력으로 권력을 장악한 무리들이다. 늑대처럼 살아남기 위해 무리 짓다 보니 진짜 짐승이 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다룬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연상호 감독님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악역을 맡을 때도 영화가 미처 다 설명해주지 못하는 각자의 사연이랄까,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구교환 서 대위는 좀더 감성적인 면이 있다. 생존과 적응을 위해 발버둥치면서도 정상적이었던 4년 전을 그리워하는 인물, 동시에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복합적인 면모와 습성을 연상호 감독님이 농담하듯 툭툭 던져 스며들게 해주셨다. 나의 호흡, 그러니까 구교환 사용법을 알고 계시다는 기분이 들었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고백받는 기분이었다.(웃음) 극장에서 <부산행>을 보면서 흥분했었는데 그 후속작에 내가 나온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이 현장에서 연기 지도도 일일이 했다고 들었다.

김민재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연기를 시연해 보인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구술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들이 있지 않나.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배우와 교감하고 전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사람을 향한 시선이랄까, 애정이랄까. 내러티브는 물론 현장의 디테일한 지점에서도 그런 게 묻어난다. 완전히 긍정적인 의미에서 가족 같은 현장이다. 연기하면서 이런 현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구교환 연기파 감독님! (김민재가 “솔직히 연기파는 아니지”라 말하자) 그럼 ‘파’는 빼고 그냥 ‘연기’ 감독님. (웃음) 현장에서 오락부장, 체육부장을 자처하신다. 내가 현장에서 경직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규모가 큰 영화는 익숙지 않은 탓에 아직 시야가 좁아서 두루 살피진 못했지만 배우마다 각자 다르게 접근하시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한참 말을 고른 뒤) 참 좋았다. 민재 형님만 해도 리버스숏에서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데도 매번 리액션을 해주셨다. 모든 순간, 모든 자리에서 내게 긍정적인 영향과 힘을 불어넣어주신 사려깊음에 솔직히 완전 반했다.

-좀비들과의 격투부터 엄청난 카체이싱까지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텐데 구교환 배우는 <반도>에 이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까지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서 연이어 활약 중이다.

구교환 꼭 규모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현장이 처음엔 낯설다.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다. 이 시기가 다 지나고 뒤돌아보면 뭔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구와 작업하느냐, 사람이라고 새삼 느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된 것 같다. 모든 게 재밌고 즐겁다. 좋은 사람들 곁에서 즐겁게 배우는 중이다.

김민재 이렇게 말하면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주거나 리드한 것같이 들리는데 그런 건 없었다. 모든 건 계약관계다. (웃음)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나누다보면 연대되어가는,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들이 감사했다.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 좋은 감독, 좋은 현장. 참 좋았다.

구교환 ‘연니버스’라는 표현도 좋다. 너무 귀엽지 않나? 이 세계 안에서는 연민재, 연교환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이번 촬영만 해도 한 지붕 세 가족 같았다. 카메라 돌 때는 블록버스터, 돌지 않을 때는 시트콤. (웃음) 영화에서도 기능적으로는 세 그룹으로 나눠져 있지만 그럼에도 한 지붕 안에 있다는 유대감이 있다. 이런 기운이 전해져서 관객도 <반도>의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