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화, 감각과 의미의 이중작업
2020-07-15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영화는 하나의 담론이기 전에, 무엇보다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다.” 프랑스 영화학계의 중진인 자크 오몽은 한국 관객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학자다. <영화 속의 얼굴>을 비롯해 <이마주> <영화미학>(미셸 마리 등과 공저) <영화와 모더니티> 등이 학도들을 중심으로 두루 읽혔고, 1988년 저작에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새로 쓴 <영화작품 분석의 전개(1934-2019)>가 올해 국내에 출간돼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알리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시네마테크부산 등을 찾아 강연을 펼치기도 했던 그는, <씨네21>에 첫 에세이를 보내면서 “한국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음에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1960년대 후반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파리 3대학(소르본 누벨) 영화학과를 중심으로 영화 연구에 몰두해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에는 이탈리아 국제발잔재단이 주관하는 발잔상을 수상했고 현재 발잔재단과 연구장학금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세계 각지의 젊은 연구자들이 보내오는 프로젝트 제안서를 검토 중이다. 영화의 존재론에 대한 독창성의 한계를 실험하며 “혁신적인 영화”란 무엇인가, 질문하고 있는 그에게 <씨네21>은 얼마 전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디지털영화의 장악과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의 대두까지, 고전적인 시네마의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고 말하기조차 무색해진 시점에 갑자기 당도한 코로나19 시대의 혼란. 온라인영화제 ‘위 아 원’(We Are One)의 개최가 막 끝났을 무렵, 우리는 지난 50여년간 영화 역사의 전환기를 면밀히 관찰해온 영화 연구자의 지혜를 엿듣고 싶어졌다. “장 뤽 고다르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영화의 미래를 논하고, 마틴 스코시즈가 넷플릭스 영화에서 CG로 오랜 친구들의 얼굴을 과거로 되돌리는 시대에 영화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거친 질문에 오몽은 망설임 없이 화답했다.

자크 오몽이 보내온 이 글은 우리 시대 영화의 존재론에 대한 간명하고 밀도 있는 견해와 믿음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상업-장르영화 중심의 불균형한 가시성이 지배하고 있는 동시대 영화의 지형도를 다시금 폭넓게 조망하도록 도와준다. 또 영화 비평가와 연구자의 섬세한 차이를 되짚으면서 시네마를 존재하게 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의식을 환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껏 지켜본 영화의 반백년 속에서 그는 이렇게 확신한다. “다시 말하건대 나의 전망은 전혀 부정적이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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