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김성오 - 남편은 언브레이커블
2020-08-27
글 : 송경원

“무엇을 상상하건, 무엇을 기대하건 예상을 빗나갈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감히 ‘기대 이상’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성오 배우는 부디 관객이 웃음을 기대하고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을 보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유일한 기대치는 “이게 뭐야? 이런 영화도 있다고?” 하는 놀람이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현장에서 땀을 흘릴 때까지, 그 모든 순간마다 본인도 그랬기 때문이다. “기획에 딱 맞춰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시나리오 수정도 많았고,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장면들을 만들어나갔다.” 우당탕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고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골인 지점에 도착해 있는 현장. 어떤 소재, 어떤 장르를 가져와도 끝내 자신의 호흡으로 독특한 색깔을 뽑아내는 신정원 감독의 영화 현장답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현장에서 치열하게 만들어가는 에너지가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고되고 괴로울 수도 있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도전처럼 다가왔다. 예를 들어 제작비가 많지 않은 영화인데 멈추면 손해가 막심하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이 장고에 빠지면 수시로 가서 아이디어를 던지고 옆에서 자극을 드렸다.”

김성오 배우가 맡은 만길의 정체는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다. “아이를 돌보고, 일하고, 술도 마시고 24시간 슈퍼맨처럼 움직이는 아빠들, 남편들이 이 역의 모티브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사는데 알고 보니 외계인인 거다.” 정체를 공개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김성오 배우는 “반전이나 패턴으로 가는 영화가 아니다. 다 알고 봐도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영화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되었다고 말한다.“솔직히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망설였다. 컬트적인 느낌도 있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좀더 신인 때였다면 이렇게 독특하고 도전적인 역할을 거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작품에 접근하면서 신정원 감독만의 묘한 매력에 젖어들었다는 그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제대로 된 B급영화로 이해되길 기대했다. “멋지게 잘 만들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떨어져서 B급이 되는 게 아니다. 명확하게 그 감성을 목표로 하고 정확하게 도달하는 게 진짜 B급영화다. 주성치 영화가 딱 그렇다. 약간 욕심을 부리자면 <희극지왕>처럼 인물들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사는데 약간 덜떨어져서 보면 웃음이 터지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진한 페이소스가 녹아 있는 영화가 되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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