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야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아이 캔 두잇! 유 캔 두 잇! 위 캔 두 잇! 토익!”을 목놓아 외치던 데시벨이다. 한차례 화보 촬영을 마치고 배우 고아성과 이솜이 새로운 의상을 갈아입은 카메라 앞에 다시 섰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막내가 안 나타난다. 사라진 자매를 쾌활하게 부르는 언니들의 목소리 너머로 “다 입었어요. 갈게요”라며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아닌, 삼진그룹 8년차 입사 동기 자영, 유나, 보람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다.
1995년 을지로를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상고 출신 대기업 말단 사원 세 사람이 내부 비리를 세상에 알리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토익 600점만 넘으면 상고 출신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던 이들은 회사의 페놀 방류 사건을 접하게 된다. 생산관리3부 자영(고아성)은 페놀 방류를 목격하곤 문제의식을 느끼고, 마케팅팀 유나(이솜)는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 페놀 방류를 세상에 알릴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 회계부 보람(박혜수)은 능력을 발휘해 수학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과연 이들이 승진이란 개인적 목표와 기업 비리 고발이란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을까. 개봉 하루 전,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를 만나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들이 재현한 90년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