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세계를 가능케 한 인터넷이 오히려 선거를 왜곡하는 무기가 됐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은 우리가 온라인 활동을 하며 남긴 디지털 흔적을 모으면 매년 1조달러 규모의 산업이 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나는 위치 정보, 좋아요, 신용카드 결제 정보까지 구입한 이들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관계자들도 있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전 직원 브리트니 카이저를 비롯한 내부 고발자들과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데이터에 의해 설득 가능자로 분류된 이들은 그들의 어떤 행위를 유도하는 맞춤형 메시지를 받게 된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 폭주하던 “부정직한 힐러리를 물리치자!”와 같은 문구가 그 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증오와 공포의 정치를 이용하는 시대에 공교롭게도 권위주의 정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상관관계가 섬뜩하다.
영화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는 미국 선거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에피소드1에 해당하는 <권리와 특별 사이>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 미국의 투표권은 흑인 남성, 백인 여성, 원주민 순으로 확대되어왔고 2016년에는 18살 이상 성인의 90%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 유권자의 참여율은 낮은데, 이것을 단지 정치 무관심의 결과라 볼 수는 없다.
누군가는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경계한다. 부유한 백인들의 독점적인 특권이었던 투표권은 현대 미국에서도 어떤 원리에 의해 특정 집단을 배제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투표 방법을 우편으로 확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편적 우편투표를 시행하는 주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 대량으로 쇄도하는 우편투표 용지는 거부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주마다 다른 투표 시스템을 시도할 수 있음을 승인한 법률은 흑인과 라틴계가 유독 투표를 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 밖에 선거에 왜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지, 미국에서는 득표수가 더 적은데도 공화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간다든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특히 게리맨더링을 설명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적절한 그래픽으로 이해를 돕고, 반영되지 않는 목소리들이 반영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말, 말, 말
“가장 부유한 기업들은 첨단 기술 회사들이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왜 이 회사들이 세계 최고로 강력한 회사들이냐면 지난해 기준으로 데이터의 가치가 석유를 넘어섰기 때문이죠.”(<거대한 해킹>에서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의 내부 고발자로 나선 브리트니 카이저의 말)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우리는 게리맨더링을 끝장낼(terminate) 겁니다.”(<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