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세상을 바꿀 #체인지메이커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들' 4
2020-11-03
글 : 임수연
#체인지 메이커
<레프리젠트: 출마하는 여성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머스 프랭크의 책 제목이 던졌던 질문을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왜 사회적 약자들은 정작 자신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가. 도전하는 이들이 기존 판에 일으키는 균열은 언제나 다큐멘터리의 매력적인 소재였다. <레프리젠트: 출마하는 여성들>은 세 여성의 선거 도전기를 담는다.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은 30년간 흑인이 시장일 때는 아무 진전이 없다가 백인이 시장이 된 지금 비로소 진전이 생겼다고 말한다. 디트로이트 시장에 출마한 마이야 존스는 22살밖에 안됐으니 “귀엽다”라는 무례한 말을 듣고, 심지어 디트로이트가 진짜 주거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황당한 순간도 맞는다. 디트로이트는 민주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흑인과 여성에게 정작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모순이 자리하는 곳이다.

공화당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한 한국계 미국인 줄리 조가 사는 일리노이주 에번스턴 시카고 교외 지역은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나누고, 유럽계와 아시아계를 나누고,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것을 거부하는 줄리 조는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아프리카계나 라틴계를 배제하는 현 시스템 대신 공정한 선거구 선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후보다. 하지만 공화당은 돈 많은 백인 남자들만 있다는 편견이 자리한 도시에서는 그를 색안경을 끼고 본다. 민주당 타운십 의원 후보로 나선 브린 버드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유일하게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출마자다. 그는 ‘농사를 짓는다’는 독특한 포지션을 갖는데, 77%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카운티에서 발로 뛰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정치에 대한 믿음을 구축해낸다.

<스트리트 파이트>는 뉴저지주 최대 도시인 뉴어크의 시장 후보로 나선, 32살의 시의회 의원 코리 부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그의 상대는 장기 집권 중인 샤프 제임스 시장인데, 몇주간 코리 부커의 선거운동을 함께 쫓아가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부커의 출마를 막으려는 세력이 많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불어 젊은 흑인 정치인은 기득권도 없고 동네의 흐름도 잘 모른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시민들이 있고, 좋은 이미지의 정치인에게는 작은 흠도 큰 타격으로 온다. 제목 그대로 ‘스트리트 파이트’를 시도한 그의 분투는 왜 젊은 정치인이 출마하기 어려운지를 씁쓸하게 보여준다.

이기는 서사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이하 AOC)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 웨이트리스 출신인 AOC는 뉴욕 14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10선의 현역 의원인 조 크롤리를 상대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웨이트리스 경력이 오히려 경선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조 크롤리와 정면으로 맞붙은 민주당 예비 선거 생방송 토론에서 상대를 압도한 그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정치인이다. 단지 ‘도전’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 판도를 바꾸고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기려고 출마하는 것”이라는 AOC의 말은 한국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말, 말, 말

“여성이 출마를 준비할 땐 세상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많은 결정을 해야 해요. 남성의 경우엔 출마하려면 양복을 입거나 캐주얼 정장 차림에 연한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 올리거나 이 두 가지면 돼요.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기도 해요.”(<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에서 뉴욕 14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AOC, 카메라 앞에서 화장하면서)

“시골에선 공화당을 뽑고 트럭을 몬다잖아요. 시골의 진보주의자가 되고 싶어요.”(<레프리젠트: 출마하는 여성들>에서 타운십 의원 후보로 출마한 브린버드가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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