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갈색 탐험가 옷과 중절모를 걸친 존스 박사. 당장이라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주제곡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올 것만 같다. 어릴 때부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즐겨 봤다는 조우진 배우는 그를 오마주한 존스 박사를 연기하면서 “‘내게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싶어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정장도 벗고 조금 가볍게 접근한 인물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는 오히려 존스 박사의 무게감에 초점을 뒀다고 답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존스 박사의 프로페셔널한 도굴꾼으로서의 태도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런 그를 너무 가볍고 오버스럽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존스 박사의 낭만도 읽어냈다. “첫 작전에 성공한 대가로 빨간 스포츠카를 구매하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은 늘 자유와 낭만을 꿈꾸는구나’ 싶었다. 나 역시 그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마다 에너지가 넘쳤다.(웃음)”
보는 재미를 위해 코믹한 요소들도 첨가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피라미드 가가지고 이집트도 뜯어…!”라고 장소와 대상을 바꿔 던진 대사도, 아래에서 모자를 쓱 끌어올려 고쳐 쓰는 모습도 전부 조우진 배우의 아이디어다. “<인디아나존스>를 보면 존스 박사가 물에 떠 있는 모자를 다시 쓰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나. 오마주한 김에 그런 시그니처 신도 들어갔으면 해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땅굴이 반쯤 물에 잠겼을 때, 동구(이제훈)가 물에 떠 있던 존스 박사의 모자를 건네는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땅굴 속에서 진행된 수중촬영 신에 관해서도 “촬영 전, 물에 미리 몸을 담가 차가운 온도에 익숙해지려 했다. 몸이 수고로워야 결과물도 잘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라고 답하는 그에게서 어떤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끝까지 파고드는 <도굴>의 집요함이 관객에게도 장르적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길 바란다.”
조우진 배우는 12월 개봉을 앞둔 <서복>에서 전직 요원 기헌(공유)에게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것을 제안하는 ‘직진 빌런’ 안 부장을 연기했다. “<도굴>이 오랜만에 정장을 벗게 해줬다면 <서복>은 ‘어딜 벗어, 다시 입어!’ 하는 작품이다. (웃음)” 인터뷰도, 작품도 무엇 하나 허투루 대하지 않는 조우진 배우의 진중함이 그의 출연작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더없이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