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도굴' 임원희 - 음흉한 섹시함
2020-11-05
글 : 이주현

“영화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제안이 온 영화는) 하려고 한다. <도굴> 선택도 어렵지 않았다. 삽다리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커서, 누군가가 ‘주인공 할래? 삽다리 할래?’ 물으면 나는 삽다리라 답하고 싶다.” <도굴>에서 임원희는 땅을 파는 데 특별한 소질이 있는 전설의 삽질 전문 도굴꾼 삽다리를 연기한다. 삽다리는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나 존재를 드러내는데,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남방의 단추는 명치 아래까지 풀었고 곱슬거리는 단발머리는 빛을 받아 찰랑인다. 거기에 도도한 눈빛과 워킹까지. “분량이 많지 않아서 장면마다 소중한 마음으로, 최대한 편집되지 말자는 각오로 연기했다”는 임원희는 역시나 “등장 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의상팀은 단추를 하나라도 더 채우려 했지만… 나는 삽다리의 스타일을 강조하고 싶었다. 신혜선 배우도 내 헤어스타일을 보더니 ‘선배님, 스타일이 좋으세요’ 그러더라. 단지 립 서비스 같진 않았다. (웃음)” 임원희는 삽다리를 “음흉하면서도 귀엽고 섹시한 캐릭터”로 만들려 했다. 그 과정에서 참고한 건 안토니오 반데라스. “손에 흙 묻히고 일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했다. 비록 땅 파서 살지만 샤워하면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섹시할 수 있는 거니까.”

적재적소의 연기로 작품의 맛을 톡톡히 살리는 임원희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신과 함께> <머니백>,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보좌관> <기름진 멜로> 등에서도 돋보였다.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고정 출연하며 ‘짠희’(보고 있으면 짠하다는 의미) 캐릭터까지 덤으로 얻었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실미도>로 정점을 찍은 임원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비록 그가 화려하진 않아도 성실하고 꾸준한 배우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최소 1년에 1~2편은 한 것 같다.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꾸준했다는 건 성실하게 걸었다는 뜻이다. “50살이 되면 연기가 쉬울 줄 알았는데 갈수록 어렵다. 요즘은 대사 암기에도 시간을 더 할애한다.” 임원희는 꾸준히 연기를 파고 또 팔 것이다.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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