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 신인 시나리오작가 육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10월 30일 열린 ‘2020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시나리오 피칭 행사는 그 질문에 희망적인 대답을 안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일환으로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최하는 ‘영화창작물 실용 산업화를 위한 인터랙티브 도제식 멘토링 프로젝트 시즌2’는 30인의 신인 작가진과 15개 제작사를 매칭해 시나리오 기획/개발에 주력한 프로그램이다.
2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프로젝트 규모를 키워 노바필름, 로드픽처스, 보난자픽처스, 볼미디어, 빅스토리픽처스, 사람엔터테인먼트, 상상필름, 씨앗필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사 시선, 영화사 심플렉스, 콘텐츠 지, 콘텐츠 지음, 투유드림, 하이컨셉픽쳐스 등 총 15개 제작사가 참여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올해 5월부터 멘토 1인(제작사)과 멘티 2인(작가)이 한팀을 이뤄 속속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30개 프로젝트를 피칭하는 자리였다.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30인의 작가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의 매력을 짚었고, 뉴(NEW), 메가박스 투자팀, CJ ENM 기획제작팀,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제작팀, 쇼박스 콘텐츠랩 등 총 10개 주요 영화 투자·배급사와 플랫폼사가 참여해 향후 제작 가능성을 엿봤다.
이날 선보인 작품들은 코미디, 멜로, 판타지, 스릴러 등 다채로운 장르 서사로 구성돼 작가진의 개성은 물론 대중과의 접점에 대한 고민도 여실히 느껴졌다. 서울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두명의 여자가 시골로 내려가 집을 짓는 성장 서사 <꿈의 집>(작가 김연주), 돈을 벌기 위해 행사용 트로트 그룹을 결성한 세 여자의 이야기 <그로우 업!>(작가 이용범) 등 여성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서사들이 돋보였다. 은퇴한 전직 형사가 자신이 투자한 재개발 지역의 범죄를 직접 추적하는 <언노운>(작가 조지훈), 취재 윤리에 둔감했던 기자가 장기이식 과정에 얽힌 끔찍한 비밀을 파헤치는 <실락원>(작가 손경배) 등 사회비판적 주제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물 또한 강세였다.
작가별 특성을 세심히 파악해 IP 전략에 접근하는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인터랙티브 도제식 멘토링 프로젝트는 자칫 형식적인 매칭에 그칠 수 있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다. 수행 책임자인 오은영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작가와 작품에 맞게 영화 시나리오는 물론 드라마, 숏폼 콘텐츠, 웹툰 등으로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Neo-IP’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의 시작과 끝은 작가
인터랙티브 도제식 멘토링 프로젝트 수행책임자 오은영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전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투자팀장, 중국영화투자팀장, 쇼박스 한국영화팀을 거치며 한국 영화산업의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오은영 교수.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 새롭게 자리 잡은 그는 이제 신인 작가 육성에의 소명에 미래를 걸고 있다. 20여년간 스튜디오 투자팀에서 일해온 그는 영화제작의 최전선에서 “감독-배우 패키징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작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속적인 작가 지원 제도가 부족함을 절감한 오교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을 살피다 스스로 작가 육성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제작사와 작가를 단순 매칭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집필 역량은 물론 투자사, 배우가 원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실질적 이해, 저작권을 비롯한 법률 지식, 세일즈를 위한 피칭 실력 등 산업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기생충>의 한진원 작가를 초빙해 한류를 이어갈 K-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특강 라인업도 공들여 꾸렸다.
“자신이 다루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시나리오, 드라마, 웹툰과 같은 여러 매체에 언제든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확장성을 염두에 두라”는 게 신인 작가를 위한 오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섭렵할 K-콘텐츠의 부상도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내다보며 궁극적으로 신인 작가들의 IP를 제작으로까지 직접 연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산업이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좋은 처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