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피릿의 화신이다!”
천성이 쾌활한 음악가 한스 짐머는 <스피릿> 인터뷰가 있던 날 아들딸 쌍둥이를 얻고 “다 이루었도다!(Finished!)”를 외치며 즐겁게 방에 들어왔다. 5년 전 “농담따먹기하는 초록괴물 이야기(<슈렉>)와 말 못하는 말 이야기 중에 고르라”는 카첸버그의 제의를 듣고 말쪽을 골라잡았다는 한스 짐머는 도무지 말 냄새가 나지 않는 기타연주 버전과 지독하게 우아하고 지루한 신시사이저 버전을 내버리기까지의 시행착오담까지 무용담처럼 소개했다. 주제가와 삽입곡을 부른 록뮤지션 브라이언 애덤스는 맷 데이먼에게 내레이터 자리를 빼앗긴 ‘아픔’을 명랑하게 인정하면서도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참여해 노래로 대사없는 영화를 해설함으로써 영화의 작가(author)가 될 수 있었던 <스피릿> 음악 작업의 보람을 자랑했다.
-<라이온 킹> <씬 레드 라인> 같은 전작에서 민속음악이나 당대음악을 활용했다. <스피릿>에서도 옛 서부의 음악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나.
=한스 짐머: 그 문제에 대해서는 철학이 있다. 나는 유럽인이고 문화제국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단시간에 이방의 문화를 공부하고 그 클리셰들을 취하지만 나는 유럽인의 관점으로 나의 문화를 갖고 돌진해 영화 속 문화와 충돌하게 하고 그로부터 뭔가 좋은 결과가 발생하기를 기다린다. 사실 미국음악이란 것도 유럽 민속음악에 연원한다. <스피릿>에서도 그저 내 몸 안에 존재하는 옛날의 서부를 찾으려고 했을 뿐이다. 제프리(카첸버그)도 밴조 소리가 들어가면 자살해버리겠다고 했다. (웃음)
-몇년 전 영화음악 중단 선언을 하지 않았나.
=한스 짐머: 내가 거짓말했다. (웃음) <이집트 왕자>는 만인이 아는 성경이 기본이라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데 내가 늘 그런 부담을 감당할 태세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니까 탈진했다. 어쨌거나 절대로 어쩌구 하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겠다.
-삽입곡을 만들 때 스스로 스피릿과 동화돼서 작업했나.
=브라이언 애덤스: 오늘만 나는 말이다, 라고 생각할 수는 없으니 결국은 내 자신의 입장에서 썼다. 원래 내레이션을 위탁받아 녹음도 두번 했지만 스튜디오는 결국 마케팅에 도움이 될 영화스타를 택했다. 사람들이 “브라이언 뭐시기?”하면 큰일 아닌가?
=한스 짐머: 다른 버전의 <스피릿> 이야기가 있다. 훌륭한 뮤지션이 하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매니저라는 인간이 나타나 그를 가두고 일만 시킨다. 뮤지션이 원하는 것은 오직 집에 가는 것뿐!
=브라이언 애덤스: 맞다. 나는 스피릿의 화신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두 사람이 <스피릿> 음악을 공연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뜻이 있나.
=한스 짐머: 순수한 광기랄까! 이건 다 브라이언 탓이다. 난 공연에 약해서 20년간 단 한 차례 망해도 아무도 모를 안전한 벨기에에서 무대에 섰는데 브라이언이 계속 “당신도 나쁘지 않다”며 유혹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연을 같이 했다. 음악이 작곡된 스타일대로 대형 오케스트라 대신 로큰롤 밴드 스타일로 연주했다.
=브라이언 애덤스: 천상 라이브 뮤지션인 나는 드림웍스 홍보팀에 공연을 제안했고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크린에 영화를 영사하면서- 마치 무성 시대처럼- 25분 분량을 연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스피릿>은 뮤지컬 아닌가. 그렇다면 영화 상영 대신 ‘영화 공연’을 해서 안 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