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의 전종서 배우는 새로운 스릴러 퀸의 등장이라 할 만하다. 박신혜 배우는 그간의 부드러운 이미지 이면에 숨은 어두운 얼굴들을 보여줘서 좋았다.
=시나리오를 쓸 때 <버닝>을 보았고 전종서 배우를 통해 영숙이 구체화됐다. 보자마자 어떤 직감이 왔다. <몸 값>의 이주영 배우도 원래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니었지만 프로필과 연기 영상을 보고 캐릭터를 배우에 맞게 바꾼 경우다. ‘저 사람이 누군지 도무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이다. 박신혜 배우는 멜로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눈이 워낙 좋은 배우라 장르영화로 왔을 때도 힘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영숙과 교류하면서 서연이 점점 악에 받쳐 욕을 내지르는 장면 등이 있는데 그동안 잘 보여주지 않았던 이미지라 배우 자신에게도 새로운 해소감이 있는 것 같더라.
-실내극에서 더이상 새로운 표현을 찾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계단과 지하실 같은 다분히 영화적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었나.
=한정된 공간이 답답하게 다가올 수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콜>은 두 개의 시공을 오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폐쇄된 실내를 다룬 영화로는 <맨 인 더 다크> <겟 아웃> 등을 참고했고, 집 자체보다는 시시각각 또 하나의 생명체처럼 변한다는 설정에 주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마더!>가 중요한 레퍼런스였다.
-집이 거대하게 요동치는 두어번의 큰 CG 장면이 있다. 실질적인 촬영 과정도 궁금해지는 장면들인데.
=촬영, 조명, 미술 감독님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집이 완전히 뒤바뀌는 역동적인 변화 시퀀스가 두어번 있는데 각 파트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서연과 영숙이 한집에 산다는 설정인 만큼 두 공간이 일관성을 가졌으면 해서 하나의 세트를 계속 리뉴얼해가며 촬영했다. 여건상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하는 게 불가능해서 감정의 변화가 빠른 시나리오를 연기하느라 배우들이 고생했다.
-모녀의 화해를 제시한 엔딩에 이어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시 반전을 제시한다.
=하나의 엔딩을 제시한 후 크레딧과 함께 에필로그가 따라붙으며 반전이 등장하는 호러, 스릴러 문법의 일환으로 생각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실시간으로 바꾼다는 게 <콜>의 중요한 컨셉이니까, 드디어 모든 일들이 잘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결말부의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의 컨벤션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가 느껴진다.
=나 역시 감독 이전에 관객으로서 늘 장르영화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마냥 피하고 검열하기보다는 잘 활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장르적 문법이란 곧 가능한 한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잘 쓴 클리셰는 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