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하고 절박하게 쫓고 쫓기는
카 체이싱 장면을 촬영할 당시 장소가 굉장히 좁았기 때문에, 이건문 무술감독은 빠른 속도로 차가 질주하는 신들은 촬영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차들이 서로 치고 박고, 또 양옆의 노점과 건물들을 향해 돌진하는 상황을 연출하면 현장감도 살고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액션을 구상했다. 또한 레이(이정재)가 직접 스쿠터를 운전한다는 설정을 바꿔, 타이의 교통수단인 툭툭 뒤에 탄 채로 인남(황정민)에게 총을 겨누게 했다. “타이의 분위기도 잘 드러나고, 무엇보다 마치 손님처럼 나타나는 게 더 레이다운 등장이라 여겼다.”
인남이 레이의 차 안으로 튕겨들어가는 장면의 경우, 이건문 무술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유민의 행방을 확인하려는 인남의 처절한 심정이 드러난 설정”이라며 “무리해서라도 차 앞유리를 깨고 들어갈 때 인남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정민 배우의 활약으로 인해 세번 만에 촬영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타격감을 극대화한 맨몸 액션
홍원찬 감독의 주문은 하나였다. “액션이 리얼했으면 좋겠다.” 이에 이건문 무술감독은 “그러기 위해선 배우들이 모든 동작을 직접 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역을 쓸 때보다 액션 난이도가 낮아질 순 있어도,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정이 실려 사실감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건문 무술감독은 좀더 자연스러운 액션을 위해 배우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액션을 설계했다. 레이의 경우 “표범이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듯한” 이정재 배우의 느낌을 살려, 상대의 공격을 빠르게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레이의 몸짓을 완성했다.
인남과 레이의 복도 신은 본래 총격전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두 배우의 만남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바는 총격보단 맨손 액션일 것”이란 이건문 감독의 의견에 따라 설정이 바뀌었다. “맨몸으로 싸움을 이어가기엔 복도가 굉장히 협소했지만, 카메라가 가까이 붙어 촬영하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엔 제격이었다.” 액션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복도에선 칼을 무기로, 장소를 방으로 옮긴 후엔 직접 몸을 부딪혀가며 싸우도록 변화를 줬다. 타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건문 무술감독은 “스톱모션에서 착안해 만든 액션”을 활용했다. “움직이는 도중 배우들이 고속, 정속, 저속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거다. 잘못하면 만화적으로 가볍게 표현될 수도 있었는데 액션과 촬영, 편집의 합이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