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프로덕션 전격 분석 - 채경화 의상감독이 말하는 의상 컨셉
2020-12-29
글 : 조현나
공간과 이야기 살리는 모노톤

어둠 속에서 등장하는 블랙 킬러

“인남(황정민)은 색으로 비유하면 무채색의 인간이다.” 레이(이정재)와 달리 인남의 의상은 블랙이 메인이다. 채경화 의상감독은 “인남은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어두운 성품을 지녔고, 영주(최희서)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의미로 장례식에 가는 사람처럼 의상을 갖춰 입은 것”이라 설명한다. 더불어 인남의 블랙 슈트에는 딸 유민만큼은 반드시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타이에서는 카키색 야상, 와인색 티셔츠 등으로 인남의 스타일에 변화를 줬는데, 첫째로 일본과 한국보다 화려한 색감을 지닌 타이의 특성을 반영하고, 둘째로 끊임없이 유랑하는 방랑자 컨셉에 어울리는 의상을 고른 것이다.

황정민 배우는 채경화 의상감독에게 인남의 부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극중 인남은 낡고 오래된 팀버랜드 부츠를 신었는데,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고 힘든 액션에도 무리가 없는 신발이다.” 인남이 항상 전투 태세에 있다는 상황을 반영한 셈이다. 더운 타이에서도 인남은 긴팔 셔츠를 착용하는데 “인남이란 인물의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또 계절을 즐기기보단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흰 도포를 걸친 죽음의 사자

흰 롱코트에 흰 부츠. 모두가 블랙 슈트를 갖춰 입은 장례식에서 레이는 마치 “흰 도포를 걸친 죽음의 사자”처럼 등장한다. 채경화 의상감독은 “악역이라 하면 대부분 블랙 톤의 어두운 의상을 떠올리는데, 그런 클리셰를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전한다. 상황 고려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레이의 성격도 의상에 반영됐다. 장례식장에서의 모습도 블랙이 아닌 화이트로 자신의 애도를 전했을 뿐인 것. 채경화 의상감독은 레이를 “섬뜩한 킬러란 일면과 하얗고 깨끗한 의상을 좋아한다는 취향이 공존하는 인물”로 해석했고 그 결과, 붉은 피가 튀는 살인 현장에도 흰 의상을 갖춰 입고 가는 대범한 킬러가 탄생했다.

레이의 의상을 정할 때 이정재 배우가 많은 의견을 냈는데, 이정재 배우는 화이트 선글라스나 반지,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까지 본인이 직접 골랐다. 타이에선 화이트라는 의상의 기본 톤은 가져가되 로케이션 특성에 맞게 화려한 패턴의 셔츠와 아우터를 함께 매칭했다. 인남과 처음 맞닥뜨리는 복도 신에서는 호랑이무늬 셔츠로 동물적인 집념과 에너지를 강조했다. 채경화 의상감독은 “의상을 계속 화려하게 연출하면 관객 입장에서 피곤하게 느껴지고 배우의 주목도도 떨어질 것 같아서 일부 주요 장면에선 심플하게 색감을 가져갔다” . 카체이싱 장면에서 레이의 의상이 흑백의 모노톤인 이유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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