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스위트홈' 이도현 - “욕을 많이 먹을수록 성공한 거다.”
2020-12-19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다양한 인물이 그물망처럼 얽혀 서로의 욕망을 견제하고 각자의 생존을 갈구하는 <스위트홈>에서, 내레이션은 이도현이 연기하는 은혁의 몫이다. 그린홈에서 가장 이성적인 은혁은 중립적인 성격을 갖는 내레이션의 적자다.

-원작과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 웹툰의 은혁은 서글서글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오타쿠’ 설정이 강하지 않았나. 드라마의 은혁은 굉장히 이성적인 의대생으로, 웃음기 없이 예민한 인물이다.

=오히려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기존의 것을 따라가지 않고 나만의 것을 창조해낼 수 있으니까. 후반부에 수술하는 장면도 나온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 만큼 연구도 많이 했을 것이고 수술 신이 허술해 보여선 안됐다. 원래 피가 나오는 영상을 잘 못 본다. 연기를 위해 실제 수술 영상을 찾아 봤을 땐 좀 메스껍기는 했지만 나중엔 적응됐다. 촬영장에 실제 의사 선생님이 와서 바늘 잡는 법과 꿰매는 법 등 하나하나를 알려주셨다.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신이 많은 작품이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은혁은 크게 오열하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리액션이 많지 않아 연기하기가 더 까다로웠을 것 같다.

=내가 무서운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다른 주민들도 동요하게 될 테니 티를 내지 않을 거라는, 은혁의 행동에 설득력을 먼저 세웠다. 그리고 괴물을 보면 무섭기도 하겠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다 보면 감정이 표출되기보단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의 눈빛을 보여줄 것이라고 연기의 방향을 잡았다.

-웹툰에는 은혁의 과거가 대략적으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대본에 없는 전사도 상상해보았나.

=어느 정도 있다고는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러지 않으면 은유(고민시)와 함께 있을 때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는다. 은유는 은혁이 챙겨야 할 유일한 가족이다. 은혁은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녀인 은유가 욱하는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은유를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 은유에게서 돌아오는 건 욕밖에 없지만 (웃음), 말 없는 사이가 더 애틋할 때가 있다고, 그게 감정적으로도 훨씬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로 사랑한다고 해야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 은유와는 그런 특별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스위트홈>을 보면서 이건 주인공이 10명쯤 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으하하하하.

-그만큼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앞서 말한 은유와의 관계 외에는 이경(이시영)과 붙는 장면이 많다.

=이경과는 항상 팽팽했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지만, 감정은 전혀 주고받지 않고 오로지 일적으로 믿는 거다. 각자 할 일만 잘하자, 우리가 여길 빠져나가는 게 목표니까, 사적인 감정은 모두 버리자. 그래서 뒤로 가면 일부러 은혁이 이경을 자극하는 장면도 나온다. 은혁이 얘가 비열하지만 똑똑하다. 그렇게 해야만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누나랑 찍을 때는 슛 들어가기 전까지는 되게 화기애애하다가 슛 들어가면 텐션이 확 올라가곤 했다.

-1층 생존자 그룹의 리더로서 은혁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가령 진옥 아줌마가 자기 딸이 근처에 있다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은혁이 안 된다며 막는다. 이 결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안 했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거다.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똑같이 판단했을 거다.

-그렇다면 이도현이 생각하기에 은혁은 어떤 리더인가.

=좋은 리더이긴 하지만 정의감은 없다. 정의감은 없지만 좋은 리더라고 해야 하나?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는데, 더 생각하다 보면 분명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 포기하고 선택을 빨리 내리는 경우가 있다. 가령 다 같이 괴물에게 달려들면 사람을 구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시청자들이 <스위트홈>을 보고 은혁을 많이 욕했으면 좋겠다. 욕을 많이 먹을수록 나는 성공한 거다. (웃음) 은혁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은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살기도 한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이 분명 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느꼈으면 한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씨네21> 1286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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