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해야 하잖아요.” <새해전야>를 소개하는 유태오 배우의 한마디는 영화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새해전야>는 새해를 준비하는 네 커플의 일주일을 담은 영화다. 새해를 일주일 앞둔 네 커플, 각기 다른 만남과 인연을 통해 한뼘 더 행복해진 세상이 열릴 수 있을까.
‘새해’라는 단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 있다. 해가 바뀌면 왠지 괜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심란하고 힘들었던 상황도 원만히 해결될 것 같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 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야말로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새해는 단지 날짜와 숫자만 바뀌는 것뿐 눈을 감았다 떠도 세상은 여전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새해가 되면 괜히 들뜨는 건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를 다질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 사소한 계기다. 해가 바뀐다는 건 반복되는 일상에 등을 살짝 떠밀어줄 정도의 변화이지만 때론 그걸로 충분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지한 세상, 스크린 바깥세상은 애초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한 채 행복해지고 싶은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 <새해전야>를 새해에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감히 단언하건대 우리는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달력의 숫자가 아니라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한자리에 모인 유연석, 이연희, 유태오, 최수영 배우에게 뿜어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를 통해 2021년 아직 오지 않은 희망을 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기 2021년 한국영화, 나아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를 전한다. 본래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고, 새해보다 새해‘전야’가 더 설레고 기대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