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도 래환이도 봄 같은 사람이다.” 유태오 배우의 말처럼, 흰 눈밭을 배경으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래환(유태오)과 오월(최수영)의 눈빛은 더없이 따뜻하다.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인 래환과 원예사인 오월은 “단짝 친구 같은 오랜 연인 사이”다. 하지만 의족을 사용하는 래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결혼을 준비하던 두 사람 사이에 조금씩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유태오 배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연말마다 찾아보는 시즌 무비가 될 수 있겠다”고 직감했다.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월과 래환의 이야기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유태오 배우는 패럴림픽 출전 선수 대부분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됐다는 사실을 래환의 전사에 접목시켰다. “래환이도 한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를 극복한 뒤 자유로워진 선수라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그 배경을 되새겼다.” 또한 신체의 불편함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인종차별을 경험했던 당시의 감정을 연기에 차용했다. “그 밖에도 한국에서 교포로서 느낀 이질감이 래환을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래환이라면 어떤 음악을 들었을지 플레이리스트까지 준비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한때 농구 선수를 꿈꿨고 체대 진학을 준비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유태오 배우는 래환을 연기하기 위해 따로 스노보드 강습을 받았다. “<새해전야>와 드라마 <머니게임>촬영을 동시에 하느라 당시에 굉장히 바빴다. 때문에 운동에만 집중하는 신을 찍을 때 도리어 마음이 편했고,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클래식> <라라랜드> <노팅힐> 등 평소 로맨스영화를 좋아하는 최수영 배우는 오월이의 밝고 건강한 모습에 집중했다. “마냥 밝고 에너지가 넘치기만 한 게 아니라, 당차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위해 돌진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또한 오월을 “편견이 아예 없다기보다는 래환이가 너무 좋아서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 인물”이라 이해하고 관객에게도 그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를 바라며 연기했다. 자기 자식처럼 식물을 살피는 오월을 연기하면서 덩달아 식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졌다고. “오월이가 품종 개발을 하느라 식물에 대한 애정을 유독 강하게 드러내다 보니 나 역시 식물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사랑하게 됐다. 원래 집에 식물이 하나도 없었는데 촬영 이후 만세 선인장부터 하나둘 식물을 들이게 됐고 그렇게 화분이 6개나 된다. 집이 밀림이 됐다.(웃음)”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의 차수영 형사, <걸캅스>의 양장미 주무관 등 그동안 캐릭터성이 강한 역할을 많이 보여준 최수영 배우는 오월을 연기하며 마음이 치유됨을 느꼈다. “감독님이 ‘네가 생각하는 오월이가 맞으니 그걸 믿고 밝고 건강하게만 연기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더라.”
유태오·최수영 배우는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쌓아온 래환·오월 커플의 자연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오래된 연인만의 스스럼없는 스킨십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을 중요하다 여겼고, 동시에 그 부분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령 에이전시와 미팅을 마친 래환이가 오월이와 마주치는 신에서도 아주 밝게 상대를 반길 수도 있지만 ‘어땠어, 미팅 잘했어?’라고 질문하는 눈빛을 건넬 수도 있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최수영) 그런 둘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도, 실상 서로를 위하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유태오 배우는 두 사람의 배려가 가장 잘 드러난 신으로 오월이 래환이에게 보드를 선물받는 신을 골랐다. “래환이를 신경 쓰는 오월이의 성숙하고 사려 깊은 사랑이 잘 드러난 신이었다.”(유태오) 최수영 배우는 싸운 뒤 특별히 화해하지 않아도 다시 관계가 회복되는 신을 언급했다.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지 않아도, 멀리서 서로의 감정을 읽고 갈등이 풀리는 모습에 두 인물의 애정과 배려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유태오 배우는 <새해전야>가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마다 찾는 클래식영화”가 되기를, 최수영 배우는 관객에게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가가길 소망한다. <새해전야>의 래환·오월 커플과 더불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두 배우의 모습이 매해 겨울, 선물처럼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