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블라인드' 시력을 잃은 남자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의 사랑
2021-01-12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시력을 잃은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어머니 캐서린(카테리네 베르베케)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마리(핼리너 레인)를 고용한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음침하게 등장하는 마리는 사실 선천적 백색증을 앓고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첫 만남에서부터 심하게 다투는 마리와 루벤, 하지만 공교롭게도 <눈의 여왕>을 읽으면서 그들은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루벤의 시력이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마리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가 자신의 외모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영화 <블라인드>가 국내에서 개봉된다. 연기자로 처음 영화에 발을 내딛었던 타마르 반 덴 도프 감독은 2000년대 초에 만든 두편의 단편영화로 연출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직접 각색한 이 영화로 2007년 데뷔했다. <블라인드>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물음은 한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흔히 ‘사랑에 눈멀었다’고 표현하는 내용을 뒤집어서, “사랑은 눈이 먼 맹인인가?”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거짓’인 이 시대에 ‘진실’은 단지 보이는 것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고, 다소 아이러니한 답변을 내놓는다. 모호한 시대 배경과 실험적 사운드트랙, 클로즈업 화면의 연쇄 탓에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유명한 원작으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흐름은 한눈에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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