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검은 우유 당신을 우리는 밤에 들이켜네
우리는 당신을 한낮에 들이켜네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
우리는 들이켜네 당신을 저녁에도 아침에도 우리는 들이켜고 들이켜네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 그의 눈은 파랗지
납총알로 그는 당신을 관통하네 정확하게 관통하네
한 남자가 그 집안에 사네 너의 금빛 머리칼 마르가레테여
그는 자신의 사냥개를 우리에게로 몰아대지 그는 우리에게 공중의 무덤을 선물하네
그는 뱀들과 노네 꿈을 꾸네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 -<죽음의 푸가> 중에서
시를 읽기 위해 시인의 삶을 알아야 할까. 윤동주의 시를 읽기 위해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해야 하는 것만큼 파울 첼란을 읽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아는 편이 좋다. 루마니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유대인 학교에서 히브리어로 교육받았으나 독일 문학을 좋아한 어머니의 뜻대로 집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했던 파울 첼란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 생환했다. 시를 쓰기 시작하고는 파리에 정착했는데, 1970년 4월 센강에 투신해 사망했다.
2020년은 파울 첼란의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50주기가 되는 해였는데, 2018년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의 유고로 한국어판 <파울 첼란 전집>이 총 다섯권으로 출간된다. <죽음의 푸가>는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중 하나다. 1권 뒤표지에 실린 김혜순 시인의 글은 시집을 모두 읽고 다시 읽으면 더 강렬한 감흥을 안긴다.
(당)신
네 꾸밈말들을 집어던져라
나머지에게도:
한 사람이 알려고 한다,
왜 내가 신 앞에서
네 곁에서와 다르지 않았는지,
(4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