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인터뷰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한다는 일
2021-01-18
글 : 배동미
<슈퍼노바> 촬영 현장의 콜린 퍼스, 해리 매퀸, 스탠리 투치(오른쪽부터).

-콜린 퍼스 배우는 <싱글맨>을 통해 이미 퀴어 커플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 바 있다. <슈퍼노바>는 어떻게 달랐나.

콜린 퍼스 <싱글맨>은 50대 초반에 찍었고, <슈퍼노바>는 50대 말에 찍었다. 내 삶은 어느 순간 정말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성공에 취해 불행과 슬픔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은 적도 많다. 그러나 불행과 슬픔은 언제든 소환될 수 있는 것 같다. <싱글맨>과 <슈퍼노바> 모두 어떤 감정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상태의 인간을 그리고 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가 모든 걸 내려놨을 때 삶이 그를 다시 부른다. <슈퍼노바>의 샘 역시 터스커의 병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샘과 터스커의 미래는 일순간에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극중 캐릭터와 같이 먼 미래에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스탠리 투치 답하기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모르겠다. 내 캐릭터인 터스커의 선택으로 대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치매를 앓는 터스커는 삶이 끝나길 바란다. 치매로 기억을 잃기 싫어서다. 터스커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그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점이 터스커에게 가장 중요하다.

콜린 퍼스 스탠리의 말을 이어받자면 터스커는 그가 미래에 대해 선택할 수 있을 때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이 결정은 굉장히 중요한데, 그의 인지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치매에 걸리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는 각자의 삶에 대입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 각자가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치매에 걸려서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다. 치매에 걸린 채 혼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로 가혹한 일이다. 그런데도 터스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이 결정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이자 주제라고 생각한다.

-<슈퍼노바>는 노년을 맞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다. 나이듦을 어떻게 느끼고 있나.

콜린 퍼스 얼마 전 59살에서 60살이 됐다. 나는 늘 60살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다고 생각했고 다가오는 숫자를 부정해왔다. 자정을 앞둔 밤 11시59분인 것 같다는 느낌으로 59살을 맞았는데, 60살이 됐다니… 60살을 기념해 집에서 셀카도 찍었다.

스탠리 투치 멋진 일인데!

콜린 퍼스 전혀 멋지지 않다. 인생에 있어 나이 듦에 대한 리허설은 없다. 젊을 땐 나이 든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다른 모습으로 나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이 들었다는 느낌이 오면, 그 모든 상상이 허깨비였단 걸 알게 된다

-두 배우 모두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슈퍼노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탠리 투치 첫 번째 이유는 시나리오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가 좋아 해리 매퀸 감독의 첫 영화를 봤다. 1만파운드(약 1400만원) 규모의 작은 영화였지만 연출력이 돋보였다. <슈퍼노바>는 역시 감동적인 이야기이고, 그 안에 특별하고 뛰어난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감독의 목소리다.

콜린 퍼스 프로젝트에 스탠리가 먼저 참여했고 그다음에 내가 합류했다. 사실 스탠리가 내게 직접 시나리오를 보냈다. 내가 영화를 선택한 건 전적으로 스탠리 덕분이다. <슈퍼노바>는 스탠리와의 우정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탠리와 나는 극중 오랜 연인 사이인 샘과 터스커처럼 20년간 우정을 나눈 사이다. 시나리오의 아름다움과 소박함도 좋았다.

사진제공 영화사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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