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하 메가박스)의 영화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자산어보> <킹메이커> <교섭> <대외비> <유체이탈자> <범죄도시2>로 라인업을 잘 꾸렸지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본부 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한국 영화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메가박스의 상황이나 실적을 정리한다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월에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개봉을 일주일 미뤘는데 개봉주에 신천지발 확산이 시작돼 결국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8월엔 <오케이 마담>을 개봉했는데 8·15 집회가 터졌다. <자산어보> <킹메이커> <유체이탈자> 같은 영화의 개봉을 미루면서 지난해엔 피해가 컸다. 최종 결과표를 받았을 땐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개봉일을 잘못 정했나? 열심히 안 했나? 마케팅을 덜했나? 후반작업을 더 해야 했나? 그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메가박스 영화 중엔 해외 촬영이 계획된 작품들이 많았다.
=<보고타> <교섭> <드림> <범죄도시2> 모두 해외 촬영이 있는데, 현재 임순례 감독의 <교섭>만 촬영을 끝냈다. 송중기 주연의 <보고타>는 콜롬비아에서의 촬영분이 반쯤 남았고, 지금 계획으로는 6~7월쯤 해외 촬영 재개를 생각하고 있다. 박서준, 아이유 주연의 <드림>은 애초 생각했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바꿔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가박스는 중급 규모의 영화를 주로 투자배급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소 규모의 영화가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씽: 사라진 여자> <도어락> <기억의 밤>과 같은 영화들, 제작비 30억~40억원 영화들을 지금 찍으려면 최소 1.5배에서 2배는 더 들여야 한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제작비는 계속 상승했는데, 앞으로는 손익분기점도 넘기고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의미도 챙기는 영화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 시장 규모는 더 커지지 않고 제작비만 상승하고 있다. 그러면 제작 편수 조정이나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중급 영화나 새로운 장르, 새로운 시도는 OTT나 종편 채널에서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대작들이 경쟁할 올여름 시장을 어떻게 예상하나.
=경쟁의 모수가 두배로 늘어난 상황이다. 기회가 왔다고 해서 들어가면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가능하다면 7월에 두편, 8월에 두편씩만 개봉했으면 좋겠다. 순제작비 100억원 넘는 영화가 20편 가까이 있는데, 성수기에 대작들이 같은 주에 두편 이상 들어온다면,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 (웃음)
-<승리호>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등의 넷플릭스행은 어떻게 보나. 이런 흐름이 투자배급사의 역할엔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지.
=앞으로는 모두 OTT에서 영화를 볼 거라고 전제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OTT든 IPTV든 다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팅할수도 있을 테고. 지금까지는 극장이 1순위였지만 앞으로는 투자배급사조차도 윈도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 행위가 제작자나 투자자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올해의 상황을 어떻게 희망 혹은 전망하나.
=희망은 영화를 오롯이 잘 개봉시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산업의 파이는 커지지 않았어도 새로운 윈도들, 수요처들이 생겼으므로 당분간 산업의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시장의 규모가 커지지 않는 한 지금의 제작비는 소화불량이고, 영화산업의 모든 관계자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주목하는 타사 라인업은?
“모든 면에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제일 눈에 띈다. 모두가 기대하는 뻔한 작품 말고 다른 영화를 꼽자면 이해영 감독의 <유령>. 시대의 아픔을 직시하면서 장르적 재미를 잘 융합한 과감한 영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