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J ENM은 영리하게 선전했다. 애초 계획한 라인업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네편(<클로젯>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 <도굴>)이 극장 개봉한 가운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436만명을, <담보>는 17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초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으로 CJ ENM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순간과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동시에 겪었던 임명균 CJ ENM 상무는 “우리가 가진 전력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한편, 밝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올해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라인업이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배급 일정을 정할 때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한 관객의 니즈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 사이즈와 우리 라인업의 사이즈를 비교했다. 더 많은 대작을 개봉시키지 못한 건 아쉽다.
-올해 라인업을 짜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지난해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은 서두르기보다는 작품 규모, 관객층, 시장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보며 개봉 시기를 정할 계획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시장이 회복되었을 때 관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제작 진행, 완성도를 높이는 후반작업 등 개봉 준비를 차질 없이 하고 있다.
-많은 배급사들이 내년 이후 라인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CJ ENM의 경우 내년 이후 라인업에 대한 기획개발, 제작, 투자 업무를 중단 없이 진행하고 있다. 창작자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구축하고 더 좋은 IP를 찾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OTT의 문을 두드리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투자배급사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 아니라 보다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OTT의 모델은 아직 구축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의 선도 기업이 한국 시장에 최적의 답을 주는 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OTT 플랫폼, 투자배급사, 제작사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하며 수익을 내는, 한국 시장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CJ ENM은 최고의 IP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 다변화된 플랫폼에 유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수년 전부터 CJ ENM은 이미 양질의 IP를 직접 확보하고, 감독이나 프로듀서 같은 창작자와 함께 제작을 진행하는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진화하고 있는데,이것은 기존 투자배급사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봐도 될까.
=투자배급사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다. 보통 스튜디오는 투자와 제작을 진행한다. 양질의 IP를 확보해 기획개발을 하고 제작을 진행한 뒤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CJ ENM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모델을 지향하며 수년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 투자제작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을 병행하고 있고, 투자제작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 좋은 IP를 기획하고, 좋은 창작자와 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든 뒤 국내외 관객에게 제공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로 지속 확장하는 게 목표다.
-올해 라인업 중 최동훈(<외계인>), 박찬욱(<헤어질 결심>), 김용화(<더 문>), 윤제균(<영웅>) 등 스타 감독들의 신작이 눈에 띈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의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하는지 궁금한 작품이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더 문>은 김용화 감독 특유의 대중적인 이야기와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시도가 기대된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한국에선 보기 드문 오리지널 뮤지컬영화가 시청각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성공시키고 싶다.
올해 주목하는 타사 라인업은?
“시장 확대를 위해 외화, 특히 할리우드영화의 성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즈니+에서 공개 예정인 <이터널스>에서 배우 마동석의 글로벌 데뷔가 기대되고, 지난해부터 기대가 컸던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여전히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