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쇼박스는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남산의 부장들>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싱크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흘> <휴가> <야차> 등이 개봉을 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으나 쇼박스의 미래를 위한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은 “지금의 혼란스런 상황이 가져온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 될 수 있다”라며 회사가 변모할 방향을 전해줬다.
-지난해 쇼박스의 성적을 자평한다면.
=작품 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남산의 부장들>은 상당히 좋았고, <국제수사>는 좀 아쉽다. <이태원 클라쓰>는 쇼박스 첫 드라마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해 다른 후속작을 바로 내지 못했다.
-<남산의 부장들>과 <국제수사>가 넷플릭스에 서비스되고, 쿠팡플레이에서 쇼박스 작품 51편을 선보인다. 극장 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OTT와 맺는 계약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나.
=기존 한국영화 매출 구조에서 극장 수익이 거의 80% 가까이 됐다면 지난해엔 지지난해 대비 27~28%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구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와 OTT를 중심으로 한 신플랫폼간에 격렬한 경쟁과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디즈니+가 한국에 들어오고 중국 OTT 역시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내 수익 모델에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쇼박스가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냄으로써 플랫폼 경쟁 내 독자적인 지위를 만드는 것이다.
-<이태원 클라쓰>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좋은 건 넷플릭스뿐이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현재 넷플릭스는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눈다든지 일정 목표치를 넘어섰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거의 계약을 맺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해외에서 잘되더라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큰 이윤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다양한 OTT가 등장한다면 이러한 계약 구조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유명 감독이 연출한다거나 콘텐츠 자체가 갖는 힘이 좋을 때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나오지 않을까.
-내년 이후 라인업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굉장히 소극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에서 선보였을 때 가치 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선 커트라인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젊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만나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 허들이 높아질수록 스타 감독과 배우의 이름을 더욱더 중요시하게 될 테니.
=극장 영화는 우려하는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선보이는 숏폼 혹은 미드폼의 경우 다루는 소재가 일상적이라 영화로 치면 거의 독립영화에 가까운 작품들이 보이더라. 깊이 있는 연출력을 보여주는 작품에 반응하는 관객이 있어 개인의 역량을 보여줄 틈새는 있다.
-OTT의 영향력 증가와 극장 산업 침체는 기존 투자배급사가 유통사로서 가진 영향력을 악화시킨다. 회사 입장에서는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데.
=기획력과 선구안,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자본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포맷의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로 변모할 수 있다는 방향을 정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유통의 주요한 실행자로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까지 합쳐진 스튜디오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엔 영화 시나리오를 준 분들에게 OTT 시리즈로 바꿔보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역으로 하고 있다.
올해 주목하는 타사 라인업은?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코드는 새로운 것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시 SF. <승리호>와 <외계인>을 주목하고 있다. 뮤지컬 장르인 <영웅>과 <인생은 아름다워>도 궁금하다. 드라마 중에서는 <무빙>. 정말 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