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에서 1980~9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운을 감지했다면 <승리호>의 모체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조성희 감독은 처음부터 “어린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신나는 오락영화, 1980~90년대 할리우드영화처럼 액션이 많은 우주 활극”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계속 들었던 음악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O.S.T. 스탭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며 “이런 브라스(쇠붙이로 만든 관악기) 소리가 ‘빰~빰~빰~’ 하고 나오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승리호>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승리호> 속 주인공들의 생업과 연관된 ‘우주 쓰레기’는 10여년 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총알보다 빠르고 종종 사고도 일으켜 우주 산업의 골칫거리가 됐다는 우주 쓰레기는 여러 문화 콘텐츠의 소재가 됐는데, 특히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모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 <그녀의 추억>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발견하고 <승리호>의 기본스토리를 확장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SF 만화 <플라네테스> 초반에 묘사되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도 시나리오에 도움을 줬다.
기술적인 면에서 참고한 작품들은 만화책부터 게임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시리즈가 보여주는 ‘이타노 서커스’(이타노이치로 감독이 그려내는 액션 스타일. 마치 서커스를 하듯 움직인다는 뜻이다.-편집자)라든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빠른 자동차 레이싱은 <승리호>의 우주선 액션을 구현할 때 요긴한 자료가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우주선과 우주 배경의 질감, 입체감을 살릴 수 있는 컬러 등 컨셉 디자인을 잡을 때 영향을 받았다고.
한편 <승리호>는 영화 설정상 우주선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속도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주변부 고정된 물체들이 일종의 좌표 역할을 할 땐 스피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수월하지만 광활한 우주에서는 이같은 연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게임 <노 맨즈 스카이>의 비주얼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해결됐다. “굉장히 작은 입자가 눈발처럼 날리는 효과를 통해 우주선의 속도감을 구현해낸다. 우주 활극으로서 <승리호>가 갖는 리듬을 살리는 데 중요한 레퍼런스가 됐다.”
하지만 <승리호>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작품을 한편만 꼽으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영화 <코코>가 될지도 모르겠다. 조성희 감독은 “시나리오가 잘 써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을 때 <코코>를 보고 아주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고 전한다(그 이유는 2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승리호>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메모리즈> <플라네테스> <마크로스> 등 소재와 기술 면에서 <승리호>에 영감을 준 작품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따뜻한 작품이 주로 많다는 것이다. 2092년 지구가 황폐화되고 인류가 우주로 이주를 해야 하는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승리호>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선의와 연대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을 긍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