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솟구치는 것들이 있다. 미클로시(밀란 시러프)에게는 사랑이 그렇다. 미클로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에 갇혔던 후유증으로 악성 결핵을 앓고 있다. 6개월의 시한부를 선고받은 미클로시는 삶의 남은 기간 중 연인을 찾고자 한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면서 자신과 동향인 117명의 여성에게 구애의 편지를 돌린다.
이중에는 릴리(에모크 피티)도 있다. 릴리는 편지지 위에 쓰인 다습한 문체에 호기심을 느낀다. 미클로시와 릴리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기 시작하고 쌓이는 편지지에 비례해 서로를 향한 호감도 커진다. 미클로시는 폐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릴리를 직접 만날 결심을 한다. 미클로시는 설렘을 안고 릴리에게로 향한다.
피테르 가르도시 감독은 부모의 사연을 바탕으로 소설 <새벽의 열기>를 집필했고 이를 영화화한 것이 <117편의 러브레터>다. 소설 기반 작품답게 영화에는 연애소설의 흥취가 듬뿍 묻어 있다. 사랑 만능주의가 짙은 낭만적 서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117편의 러브레터>는 시한부 선고, 청춘 로맨스, 우연한 만남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군더더기 없이 활용하여 연애담의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자잘한 치정이 배제된 채 목숨을 걸고 진심을 다하는 두 인물의 감정선이 영화에 흡인력을 더한다. 2016년 시네퀘스트 새너제이 영화제 작품상을, 같은 해에 파르마 국제영화음악 페스티벌 음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