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디즈니 최초 동남아시아 여전사의 모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2021-03-0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우정과 신뢰, 화합을 말하는 새로운 방법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프린세스 격의 캐릭터와 동물 사이드킥이 등장하지만 뮤지컬 장르가 아니라는 점, 뚜렷한 빌런이 없다는 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상대가 없다는 점에서 디즈니 프린세스보다는 <빅 히어로> <주먹왕 랄프>쪽에 가깝다. 드룬이라는 악의 세력이 있지만 악한 마음으로 악행을 펼치는 캐릭터가 아니라 창궐하는 역병을 형상화한 듯 진한 보랏빛 연기로 묘사됐으며, 이해관계를 무기로 편 가르기를 조장하지 않는 공공의 적이다. 각 부족이 사용하는 무기, 부족 특유의 마셜 아트와 액션 신에 공을 들인 것도 이전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드래곤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았던 쿠만드라는 500전 년 악의 세력 드룬의 습격을 받았었다. 짙은 보랏빛 연기로 묘사되는 드룬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석상으로 변했다. 쿠만드라의 멸망을 막기 위해 드래곤들은 각자의 마법을 모아 드래곤젬을 만들어 사람들을 구했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아콰피나)를 제외한 나머지 드래곤들은 석상으로 남았다. 드래곤의 희생으로 드룬을 물리친 쿠만드라에는 그 뒤로 드래곤젬을 차지하려는 다섯 부족의 분쟁이 멈추지 않았다. 드래곤젬을 가진 부족이 번성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했고 부족간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인공 라야(켈리 마리 트랜)는 다섯 지역 중 가장 풍요로운 하트의 부족장 벤자(대니얼 대 김)의 딸로, 어려서부터 드래곤젬의 수호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왔다. 먼저 마음을 열면 쿠만드라가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 벤자가 다른 부족 사람들을 하트로 초대한 날,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드래곤젬이 부서지고 드래곤의 마법이 약해진 때를 틈타 드룬은 다시금 쿠만드라를 노린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버지가 석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라야는 세상을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깊은 강 속에 잠들어 있다는 전설 속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홀로 쿠만드라를 방랑해왔다. 영화는 라야와 시수가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모험을 그린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쉬운 점부터 언급하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스토리는 전개를 내다볼 수 있는 전형성이 있다. 하지만 두 캐릭터 라야와 시수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동서양 문학과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드래곤 시수는 귀여운 외모에 아콰피나 특유의 금속성 목소리가 더해져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에서 시수는 드래곤의 마법 중 하나로 사람의 형상을 하는데 그 모습은 목소리를 연기한 아콰피나와 꽤나 닮은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 라야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드래곤이다.

라야 또한 기억할 만하다. 부족장의 딸이란 점에서 <모아나>와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장면은 없다. 이 특징은 안타고니스트인 나마리(제마 챈)에서도 동일하게 보여진다. 아이들에게 프린세스에 대한 사랑과 환상을 심어주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시대에 맞춰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의 젠더가 부각되지 않기에 이성과의 로맨틱한 순간에 러닝타임이 할애되지 않으며, 우정과 신뢰, 화합이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통해 전달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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