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사람, 다섯번의 대화. 소설가 창석(연우진)은 매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에 집중한다. 7년 만에 서울에 돌아온 창석은 새로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정체가 묘연한 미영(이지은), 편집자 후배 유진(윤혜리), 아픈 아내를 돌보는 사진가 성하(김상호), 기억을 잃은 바텐더 주은(이주영) 등 연이은 만남 속에서 창석은 그들의 삶을 전해 듣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뜻한 위안이 되기도, 때론 창작의 기반이 되어 창석의 변화를 이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조제>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제약된 시공간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촘촘히 쌓아가는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더 테이블>에서 운철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으로 분해 오가는 말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표지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종관 감독과 연우진 배우는 오랜 동료처럼 호흡을 맞췄다. 조금의 소란함도 없던 두 사람의 이야기에 창석이 그러했듯,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