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배동미 기자의 '극장판 콩순이: 장난감나라 대모험' 리뷰, 침대 밑 세상으로 떠나는 모험
2021-05-12
글 : 배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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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까르르 웃는 게 아이들이다. 어린이는 참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집 안은 어느덧 어린이들에게 호기심 어린 탐험의 장소가 되고, 어른의 눈으로는 어지럽히기에 불과한 행동들은 흥겨운 놀이가 된다.

<극장판 콩순이> 속 다섯살 콩순이 역시 변화무쌍하고 상상력 가득한 그 나이 또래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이다. 옆구리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넣은 돼지저금통을 ‘썬더’라 부르며, 엄청나게 빨리 달릴 수 있는 돼지라고 상상해버리는 아이, 토끼 인형의 귀를 머리끈으로 질끈 묶고 애착인형처럼 끼고 다니다가도 새로운 장난감을 보면 마음을 홀랑 빼앗겨서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는 소녀가 콩순이다. “자꾸 새것만 찾으면 집에 있는 장난감 친구들이 마음 아프지 않을까?” 엄마는 이렇게 말하며 콩순이를 타이르지만, 아이는 벌써 눈앞의 새 장난감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공상에 빠진다. 어린이란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느 뮤지컬영화보다 더 자연스러운 뮤지컬 세계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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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에게 큰 즐거움이 되어주는 장난감들은 이후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콩순이의 일상은 파란 플라스틱 원숭이 인형 ‘해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해피가 콩순이에게 애착인형 토토를 가져오면 갖고 싶은 새 장난감을 주겠다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콩순이는 새 장난감을 욕심낸 대가로 엄마, 아빠와 여동생 콩콩이가 장난감나라로 사라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 해피는 아동의 눈높이에 꼭 맞는 빌런으로, 장난감가게에 오랫동안 머물며 판매를 위해 전시됐지만,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해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인형으로 그려진다.

해피는 오래전부터 콩순이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의 콩순이가 어느 인형을 살까 고민하다가 해피를 버리고 토토를 택했기 때문이다. 해피는 그때부터 콩순이를 탓해왔다. 귀여운 얼굴을 한 파란 원숭이 인형 해피는, <월레스와 그로밋: 전자바지 소동>에 등장하는 붉은 고무장갑을 머리에 쓴 펭귄처럼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극장판 콩순이> 제작진은 해피에게 깐깐해 보이는 빨간 모자와 장갑과 스카프를 입혔다. 그리고 차가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캐릭터를 파란색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해 포근해 보이는 토토와 차별점을 두기도 했다.

콩순이를 중심으로 애착인형과 선택받지 못한 인형이란 양극단에 토토와 해피가 놓이는데, 참고로 두 장난감은 <극장판 콩순이> 제작을 위해서 새롭게 고안된 캐릭터들이다.

콩순이, 뮤지컬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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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콩순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주 관객층인 어린이들의 집중력이 긴 시간 유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10~30분가량인 TV용 <콩순이>와 비교해 굉장히 길어진 상영시간을 다채롭게 채우기 위해서 <극장판 콩순이> 제작진은 뮤지컬, 어드벤처, 로드무비의 문법을 가져왔다. 그중 뮤지컬 문법은 <콩순이>에서부터 꾸준히 구사해온 것으로, <극장판 콩순이>에서도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감정을 고양시킨다.

이선명 감독은 “뮤지컬 넘버가 너무 많아지면 극의 흐름이 깨질 것 같아서 4곡을 담았고, 1곡은 발라드, 3곡은 신나는 곡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장난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부터 엄마와의 극적인 재회에 이르기까지, 콩순이가 맞는 중요한 순간을 뮤지컬이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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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다면 <극장판 콩순이>는 어드벤처와 로드무비의 공식을 가져와 이야기를 크게 크게 펼친다. 대표적인 모험의 공간은 콩순이의 장난감들이 굴러떨어져 있는 ‘침대 밑 세상’. 콩순이의 침대 아래에 존재하는 ‘침대 밑 세상’은 버려진 장난감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안개로 가득한 으스스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만 도착할 수 있다. 함께 여행을 떠난 송이가 무서워하는 공간이 이곳인데, 단순히 귀엽고 밝기만 한 배경이 아니라 약간의 무서움을 동반하는 ‘침대 밑 세상’까지 다채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콩순이의 모험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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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셋인 이선명 감독은 자신과 조카들 사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콩순이> 시즌4 <예쁜 이모, 사랑해요> 에피소드를 만들 만큼 콩순이 세계관과 ‘콩순이스러움’을 잘 알고 있는 창작자다. 그가 <콩순이> 시리즈를 만들면서 보내온 시간은 약 7년. <극장판 콩순이>의 각본은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모험>의 메인 작가인 김창원 작가가 썼지만, 콩순이의 대사는 이선명 감독과 박란 작가가 직접 윤색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감정이 너무 오래가지 않게 슬픈 장면 다음엔 반드시 기쁜 장면을 넣었다.”(이선명 감독) 영화를 보면서 아이의 감정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어려움 뒤에는 반드시 햇살이 비추도록 만든 이선명표 콩순이가 지금 극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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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콩순이: 장난감나라 대모험>의 캐릭터들

콩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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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여자아이. 아빠, 엄마, 여동생 콩콩이와 함께 살고 있다. 밝고 명랑하며 똑똑하고 솔직하다. 호기심도 많다. 엄마와 종종 갈등하지만 타고난 솔직한 성격 덕분에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땐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장난감이 갖고 싶은 콩순이는 원숭이 인형 해피의 제안을 수락하고, 부모님과 콩콩이가 사라져버리자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난감나라로 향한다.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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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플라스틱 원숭이 인형. 극장판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3살 무렵 콩순이가 장난감가게에서 해피와 토토를 놓고 고민하다가 토토를 택하면서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인형.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록 콩순이가 데리러 오지 않자 단단히 화가 나 장난감 가게의 바코드 기계를 손에 넣어 모든 장난감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콩순이가 가장 아끼는 토끼 인형 토토를 주면 새 장난감들을 주겠다고 꾀어 콩순이 가족을 장난감나라로 데려가버린다.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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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의 애착인형인 토끼 모양 솜인형. 극장판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한때 콩순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었지만 이젠 새로운 장난감들에 밀렸다. 하지만 해피의 계략으로 콩순이 가족이 위험에 처하자 콩순이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장난감나라로 안내한다.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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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의 동갑내기 친구. 차분하고 새침하며 모험보다는 레이스와 리본을 좋아하는 공주풍 소녀다. 친구들 앞에서는 우아하고 도도하게 행동하지만 실은 쾌활한 콩순이를 부러워한다. 콩순이를 돕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데 너무 무섭기만 하다.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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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의 동갑내기 친구. 곱슬머리 장난꾸러기로 공룡과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가끔 솔직한 발언으로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친구들은 순수한 밤이를 이해한다. 공룡을 좋아해도 아직 무서운 게 많은 나이이지만, 콩순이를 따라 장난감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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