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고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나라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변이 바이러스들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바라기 어려우며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예측이 나오는 때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삶의 방식은 어때야 할까. 특히 감염의 위험이 큰 도시 공간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건축가 유현준의 신작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는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한다.
책에서는 제한된 시공간을 권력의 문제로 본다. 교회에서 매주 예배를 보고 모임을 여는 일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권력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사 윗선에서 재택근무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경우도, 원래의 권력이 더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회사에서 자율좌석제를 실행하면 말단 사원 중에서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경치 좋은 창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도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로 돌입하면서 좋든 싫든 ‘흩어져야 산다’는 구호를 따라야 하니, 대형 행사 말고 소규모 공간에서 작은 모임을 여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 권력이 분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크다고 해서 도시 공간 자체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인간은 언제든 오프라인으로 타인과 접촉할 기회를 원하며, 도시 자체도 오래전부터 역병을 막기 위해 애쓰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도시에 공원을 늘려, 더 다양한 출신의 사회 구성원이 무작위로 섞일 수 있으면서도 감염의 위험이 낮은 ‘소셜믹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측과 전망은 가설일 뿐이라 현실성을 따지게 되는 제안도 눈에 띈다. 학교 학생들이 여러 공간을 옮겨다니게 하자는 제안의 경우, 안전 문제나 관리 문제가 쉽게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임대주택에 사는 청년들의 경우 편하게 월세로 살다가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대목도 좀 의아한 부분이긴 하다.
공간에 대하여
“인간은 언제나 불안한 세상에서 안정감을 추구하는데, 불안정한 세상에서 공간을 소유함으로써 일정 부분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