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2021-05-18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백종헌
카먼 마리아 마차도 지음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느닷없이 나타난 독창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만 말해지지 않은 진실을 포착한 기이한 신화들.”(<NPR>) 카먼 마리아 마차도 소설에 대한 극찬 중 눈여겨볼 것은 ‘이전에 없었던, 독창적’이라는 소개다.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가 출간됐을 때 미국 평론가들은 이 소설을 사이코 리얼리즘 혹은 SF나 판타지, 호러 중 무엇으로 분류하면 좋을지 몰라 헤맸다. 소설집 중 <현실의 여자들은 몸이 있다> 역시 아포칼립스와 판타지를 기반으로 몸이 투명해지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 여자들의 목소리는 쉽게 무시당하고, 폭행당하고, 죽임을 당한다.

이런 사건들은 흔해서 기사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도 몸이 점차 옅어지다가 형체가 사라지는 여자들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몸이 없는 여자들은 쇼핑몰에 걸린 싸구려 드레스에 꿰매어진다. 회화적이고 마술적인 마차도만의 형식은 다른 소설에서도 발견된다. 뚱뚱한 자기 몸뚱이를 혐오하는 여자가 위절제술을 받는 소설 <여덟 입>은 여성의 몸이 왜 주체성을 가지기 어려운지 기록해왔던 여타 작가들의 호러 버전이다.

록산 게이의 <헝거>, 캐럴라인 냅의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가 실증적 에세이였다면, <여덟 입>은 여자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강요와 압박, 자기혐오를 호러로 그린다. 마차도 소설 속 여자들은 무언가를 욕망했다는 이유로 파국을 맞는다. 때로 그것은 성적 욕망이고, 쾌락과 기쁨, 성공에의 갈망이거나 가부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너무 많이 먹지마. 너무 많이 크지마. 너무 많이 손에 넣으려 하지마. 너무 높이 올라가려 하지마.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하지마’의 세계에 갇힌 여자들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그 때문에 불행해질까 두렵다. 퇴근길 폭행의 대상이 될까봐,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면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이대로 평범한 세계에서 배제되어 유령이 될까봐 무섭다. 여성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욕망하는지, 형식을 해체하고 재조립한 새 시대의 문장이 여기 도착했다. 슬프게도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제대로 읽히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판타지로 분류되겠지만 말이다.

최악의 실수

여자애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건 더이상 중요치 않았죠. 나중엔 다들 그 여자애가 실은 죽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살고 싶어했음을 증명하며 죽었는데도 말이죠. 결국, 자신이 옳다는 것이 세 번째이자 최악의 실수였습니다.(<예쁜이수술>, 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