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루카' 픽사가 창조한 귀여운 바다 괴물들
2021-06-03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인간 세상에 호기심 많은 바다 괴물 소년들의 이야기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는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 루카와 알베르토의 모험담이다. 두 소년에겐 비밀이 있다. 그건 이들이 육지에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바닷속 세상에서 살아가는 바다 괴물이란 것이다. 인간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귀여운 바다 괴물 소년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청량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할 수 있었는지, 제작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영화의 이모저모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루카 목소리를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와의 인터뷰도 덧붙인다. 영화는 6월 개봉한다.

여름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생을 사계절에 빗대 이야기할 때, 여름은 가장 찬란하고 뜨거운 청춘이다. <루카>의 주인공인 루카가 겪는 파란만장한 여름은 20대의 뜨거운 여름은 아니지만 10대 소년이 훗날 자라서 기억할 때 반짝반짝 빛날 시절이다. 특히 그때 만난 친구가 인생의 친구가 되었다면 그 시절은 언제 되돌아보아도 기억에 남는 인생의 계절일 것이다. <루카>는 13살 소년 루카가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저)와 만나 여름 동안 평생 잊을 수 없는 모험을 하는 성장담이다.

이탈리아의 한적한 해변가 작은 마을과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 배경인 까닭에 <루카>에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프로듀서 안드레아 워렌은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부분은 어른 관객에게, 친구와 멋진 경험을 하는 여름의 신나는 분위기는 어린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다양한 연령층에 각각 다른 감동을 주는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비밀

루카와 알베르토에게는 비밀이 있다. 이 두 소년은 바다 괴물이다. 수면 아래 비밀스러운 세상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상상해오던 바다 괴물이 살고 있다. 푸르스름한 피부에 머리칼은 단단한 어패류를 연상시킨다. 하반신은 용과 인어를 닮아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이 바다 괴물은 무섭기보다는 친근하고 귀엽게 묘사된다. 실사였다면 신비로운 분위기로 보였겠지만, 애니메이션인 덕분이다. <루카>의 바다 괴물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 상상한 고지도에 그려진 바다 괴물 이미지와 일본의 오래된 뱀 그림과 용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으며, 색이 번지는 듯한 회화적인 기법이 사용돼 부드럽고 밝은 색감을 보여준다.

비교적 수면 가까이에 서식하는 루카는 가족을 도와 물고기를 키우고 해조류를 관리하는 등 심부름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데 루카가 관심이 있는 건 가끔 물 위에서 떨어지는 인간 세상의 물건들이다. 뭍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들으며 자랐지만 알 수 없는 물건들의 용도를 상상하면서 루카는 수면 밖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를 동경하고 궁금해한다. 참고로 루카의 성은 파구로, 알베르토의 성은 스코르파노인데 둘 다 바다 생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파구로는 소라게를, 스코르파노는 쏠배감펭을 의미한다고. 내성적인 루카의 성격과 호전적인 알베르토의 성격이 숨어 있는 작명이다.

친구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루카가 알베르토와 만나는 것도 인간 세상에 대한 동경 덕분이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지만 가져가려고 눈독을 들였던 축음기를 루카보다 한발 앞서 알베르토가 가져가버린다. 눈앞에서 축음기를 빼앗긴 루카는 알베르토를 뒤쫓다 수면 위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때 루카는 바다 괴물에게는 수면 위에서 물이 닿지 않으면 인간처럼 변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푸른 피부가 살결로 바뀌고 조개껍데기 같은 머리칼은 보드라운 머리칼로 바뀐다.

물론 적응은 필요하다. 두 다리로 걸어본 적이 없으니 처음엔 고꾸라지지만 이내 물속에서처럼 뭍에서도 마음껏 내달릴 수 있게 된다. 그날 이후로 루카는 알베르토가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둔 아지트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알베르토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공통분모로 가진 두 소년은 마을로 나가는 모험을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바깥세상은 위험하다는 어른들의 경고는 가볍게 무시했다. 이유는, 베스파 때문이다.

베스파

날렵하고 귀여운 자태를 뽐내는 이탈리아의 모터바이크 베스파를, 두 소년은 열망한다. 둘 다 베스파를 직접 본 일은 없다. 알베르토가 벽에 붙여둔 포스터 속의 베스파를 본 게 전부이지만, 베스파를 생각하면 소년들은 이미 바람을 가르고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알베르토와 루카는 마을로 나가보기로 결심한다. 마을에 가면 진짜 베스파를 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루카가 처음 뭍에 나오기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알베르토 역시 마을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베스파는 그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베스파는 탈출이고, 자유이며, 우정이다. 루카와 알베르토에게는 새로운 탐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에린코 카사로사 감독)

베스파를 직접 보기 위해 용기를 낸 두 소년은 곧 인간 세상이 생각처럼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물에 닿기만 해도 원래의 모습으로 바뀌기 때문에 길바닥에 고인 물이나 식탁 위의 물컵, 분수대의 물 등 사방이 위험하기만 하다. 게다가 어부들 사이에는 바다에 괴물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두 소년은 떠나지 않고 마을에 남는다. 마을에서 주관하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우승하면 베스파를 살 수 있는 상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명이 한팀이 되어야 하는 경기 규칙 덕분에 두 소년은 팔이 하나 없는 어부 마시모의 딸 줄리아(엠머 버만)와 친구가 된다. 당연하게도 철인 3종 경기에서 수영은 줄리아의 몫이다.

이탈리아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제노바를 무대로 하는 <루카>는 이탈리아 출신이며 <아이스 에이지> <라따뚜이> <업> <코코>의 스토리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쌓아온 에린코 카사로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카사로사 감독은 <라 루나>라는 단편으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루카>는 카사로사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 속 루카처럼 13살 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친구 알베르토와 마을을 뛰어다니는 어린 엔리코가 떠오른다. “그때의 우리는 양손에 포카치아를 들고 항상 뛰어다니고 있었다.” 친구 이름인 알베르토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자신의 이름을 루카로 바꾼 이유는 “주인공을 엔리코라고 부르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영화에 엔리코라는 이름이 카메오처럼 등장한다고 한다.

감독의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다보니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은 이탈리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뒤로 가파른 산이 솟아 있고 앞으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제노바의 지형적인 특징은 물론이고 좁은 골목이 많은 마을의 모습, 타일로 장식된 가정집 등에서 이탈리아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파스타와 젤라또도 물론 아주 많이 등장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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