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배우 등은희, 무심한 듯 강인하게
2021-06-09
글 : 김소미
사진제공 싸이더스

올해 나이 16살. 자신을 “궁금한 것이 많은 소녀”라고 소개한 배우 등은희는 요즘 중국에서 반응이 심상찮은 샛별이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11살에 데뷔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멜로 <라스트 레터>(2018), 코미디 형사물 <당인가탐안>(2020), 판타지 무협 드라마 <천성지로>(2020)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그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2019)을 통해 주연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사적 복수를 결심하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받는 소녀 자허를 연기한 등은희는 “만화 캐릭터를 즐겨 그리고”, “엑소 백현에 열광한다”는 그 나이다운 활기찬 답변으로 작중 인물의 쓸쓸함과 괴로움을 맑게 씻어냈다.

-엄마를 죽인 소년 유레이가 석방되자 그에게 접근하는 소녀 자허를 연기했다. 또래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오로지 복수에만 집중하는 10대 소녀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했나.

=자허는 참 고집 센 영혼의 소유자라고 느꼈다. 비록 다 성장하진 않았지만, 가족과 자신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지켜나가고 싶어 한다.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동시에 용감히 행동하는 소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자허처럼 비밀스러운 인물을 맡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캐릭터에 대한 내 해석과 표현법을 전달하고 계속 대화하면서 자허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직접 변호사를 찾아가 협박을 하는 등 자허를 나이답지 않게 대담하고 결연한 인물로 묘사했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이 자허를 강하고 조숙하게 바꾸어놓은 것일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기에,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인물의 아픔을 생각했다. 게다가 자허는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도 더욱 강해져야 했을 것이다.

-극중 인물과 비슷한 나이대인데 공감한 측면이 있나.

=자허의 엄마는 자허의 인생에 빛과 같은 존재였다. 자기 인생의 한 줄기 빛이 사라졌을 때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자허에게 이입했다. 엄마를 잃은 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황소 같은 고집과 의지를 발휘하는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하이틴 스타로 각광받을 외모의 소유자지만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상관하지 않는 무심함과 배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무방비 상태의 표정, 화장기라고는 전혀 없는 맨 얼굴과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 등이 그랬다.

=배우는 외모적인 측면이건, 내면적인 측면이건 주어진 역할에 가장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자허의 이미지는 나의 실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웃음) 덕분에 자허의 심리적인 변화와 그 표현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중국판 <라스트 레터>에 출연해 한국 개봉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함께 출연한 저우쉰 배우는 내 롤모델이다. 평소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분인데 연기에 임할 때의 집중력과 진지함이 정말 멋지다. <라스트 레터> 촬영 전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보며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관객에게 다가가는 분인지 살폈다. 감독으로서 이와이 슌지는, 배우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한이 전혀 없는 분이었다.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아주 많이 남겨주는 연출자와의 만남이 즐거웠다.

-또 다른 해외 활동 계획도 있나.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 색다른 장소, 문화적 교류를 통해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엑소의 백현을 정말 좋아하는데, 만약 그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너무 흥분되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이 많다. 5월 28일부터 방영되는 텐센트 드라마 <아화아적시광소년>에도 출연한다.

=학원 청춘물인데, 굉장히 사랑스럽고 진솔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늘 긍정적이고 오빠를 굉장히 사랑하는 소녀를 연기한다.

사진제공 싸이더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