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주순 감독, 어른이 되는 과정의 연약함을 그렸다
2021-06-09
글 : 김소미
사진제공 싸이더스

그림을 공부하던 중 회화의 한계를 느끼고 베이징영화학교에 입학한 주순 감독은 데뷔작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에서 보색을 활용한 과감한 조명과 서정성 짙은 촬영으로 감각적인 안목을 선보인다. 저력 있는 신진감독들이 영화계와 TV, OTT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출 중인 중국영화계의 현재 속에서 주순 감독은 성장 그리고 범죄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조합해 자신만의 여성영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많은 감독들에게 첫 영화는 의미가 남다르다. 가족을 잃은 소녀의 깊은 상실감과 복수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주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3살 언저리의 위험하고도 감수성 예민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늘 써보고 싶었다. 범죄영화에 대한 열망도 있어서 평범한 소년, 소녀들이 어쩌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그 과정도 궁금했다. 이를 통해 근본적으로 인간성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

-어른들의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10대 청소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성장영화로서 추구한 목표가 있나.

=아직도 인터뷰차 만난 한 소녀의 이야기가 기억에 선명하다. 다른 도시에서 유학하는 중에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영상 속 아빠의 이마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너무 익숙한 모습인 나머지 놀라기는커녕 자신도 모르게 대충 잔소리를 하고 넘겼단다. 10대는 아이의 순수함을 지닌 상태에서 점점 어른다운 요령이나 세련됨을 체화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불안하고 매력적이다. 이런 청소년기의 양면성은 사람을 종종 충돌과 혼란 속에 빠뜨리고, 원치 않게 연약하고 예민한 모습을 들춰내기도 한다.

-모녀 관계의 묘사 또한 흥미로웠다. 성장영화에서 양육자가 주로 애증과 대립 관계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자허의 엄마는 인격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모델로 그려진다.

=물론 내 청소년기 역시 엄마와의 대립으로 점철되어 있다.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자기 엄마와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한, 어쩔 때는 극단적인 관계를 맺어왔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 속에 그런 모습이 반영되고 따라서 ‘엄마’의 이미지는 대체로 유약하고 감정적이고 부정적이다. 내 영화에서는 딸의 인생길을 비추는 등대처럼 엄마를 좀더 책임감 있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다.

-독립영화감독으로서 바라본 요즘의 중국 영화산업과 창작 환경은 어떤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의 제작이 실현된 과정도 궁금하다.

=신인감독들이 넘쳐난다. 블록버스터급 프로덕션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프로덕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풍경도 보인다. 젊은 감독들에게 전반적으로 기회와 가능성이 늘어난 반면 어떤 부분에선 어수선해진 게 사실이다.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도 처음엔 TV시리즈로 준비했던 작품이다.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나서 마침 저예산 영화를 물색하던 같은 제작사에서 투자를 받게 됐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한 소녀가 주인공인 어두운 우화와 두 여자의 범죄물, 두 가지를 쓰고 있다. 무엇을 먼저 선보일지 지켜봐달라.

사진제공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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