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아야와 마녀' 미야자키 고로 감독, “지브리엔 보수와 혁신이 공존한다”
2021-06-18
글 : 송경원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지브리 내에서도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선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재밌다고 해주셨다.” 지브리 역사상 첫 3D CG로 제작된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의 부활, 그리고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안긴 이번 작품의 핵심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2D, 3D 어떤 걸로 만들건 모두 지브리의 작품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겠지만 언제 어떤 형태라도 지브리의 정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이후 <아야와 마녀>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2014년 <NHK>에서 방영된 <산적의 딸 로냐>가 있었지만 극장용 장편은 오랜만이다. 원작인 <이어위그와 마녀>를 봤을 때 주인공 아야가 마음에 쏙 들었다. 스테레오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종해서 본인의 바람을 이루고자 하는, 힘이 있는 아이다. 일본은 점점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아이들의 수가 줄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많은 걸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아야가 처음 마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혼자서 마녀와 마법사의 생활을 챙겨야 한다는 게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부디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걸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힘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브리로서는 풀 3D CG애니메이션에 처음 도전한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지브리의 정신과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

=<산적의 딸 로냐> 때 이미 CG애니메이션을 겪어보았다.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을 만든다면 CG로 해봐야겠다고 내심 생각했는데,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기왕이면 3D CG로 완전히 새롭게 도전해보자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럽기도 하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브리 내부엔 언제나 보수적인 입장과 혁신적인 시도가 공존해왔다. 컴퓨터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제일 먼저 도입한 곳도 지브리다. 아마도 나는 계속해서 3D CG에 도전할 테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준비 중인 차기작처럼 지브리는 2D 작업도 병행할 것이다. 지브리의 목표는 두 가지 모두를 해나가는 것이다.

-원작의 ‘이어위그’의 이름을 ‘아야 츠루’로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아야 츠루는 일본말로 사람을 조종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아야는 단순히 사람을 조종하는 교활한 아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있을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영리한 소녀다. 내가 원작에서 받아들인 건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노동에 대한 입장이라고 할까. 원하는 게 있다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CG의 질감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마치 인형극처럼 다가온다.

=어떤 질감을 선택할지에 대해 여러 단계의 검토가 있었다. 예컨대 2D는 머리카락을 윤곽선으로 표현하는 데 3D는 그게 어렵다. 곤도 가쓰야가 캐릭터를 맡았기에 지브리 작품다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되겠지만 감각적으로도 지브리의 느낌을 잃지 않도록 다각도로 고려한 결론이다.

-배경을 보면 1990년, 거슬러 올라가도 70년 정도로 보이는데 묘하게 지금 세대에 어필하는 부분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원작을 애니화할 때 아이 입장에서, 반대로 어른 입장에서 해석할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밴드 음악, 70년대 록 스피릿 등이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엔딩을 보면 후속작이 나올 것, 아니 나와야만 할 것 같다. 시리즈로 만들 생각도 있나.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작품 방송 이후 비슷한 질문을 받고 있다.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작품을 끝내고 바로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하는 건 좀 부담이 있어서 잠시 기간을 두고 고민하려 한다.

사진제공 대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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