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행동 김유진, 김도현 활동가의 줌터뷰 ①
2021-06-23
글 : 남선우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기후 운동가가 필요 없는 세상이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겠지?
2019년 4월, 그레타 툰베리가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회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영화 상영을 앞둔 스크린 하단에 진한 고딕체의 문구가 박혔다.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 언론배급 시사회 현장에서였다. 주인공 이름 뒤에 과감한 동사를 붙이고 등장한 이들은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들. 연설이 시작되자 툰베리와 더불어 환경 운동에 목소리를 보태겠다는 뜻인 줄 알았던 문장이 품은 다른 맥락이 전해졌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한명의 아이콘이 아닌 정부, 나아가 정치권 전체의 노력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유엔 산하 정부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권고하는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 감축할 것 등이 그들이 국가에 원하는 바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관련 정책을 내놓길 희망한다는 이들은 기후 위기가 정치적 의제가 되도록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실시한다. 2018년 국회의원 선거 정국 속 스웨덴 의회 앞에서 툰베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행동의 행보만큼이나 닮은 것은 그들에 대한 세상의 리액션이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가 조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현재는 혼란스럽다. 이들의 신념에는 칭찬과 꾸짖음, 선플과 악플, ‘좋아요’와 ‘싫어요’가 함께 붙는다. 기특한 아이들이라는 프레임 밖에는 이들을 성가셔 하는 무리가 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다만 기후 위기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진지한 청자에 목마르다.

이에 <씨네21>은 기후미디어허브의 도움을 받아 다정한 연결을 시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미래를 도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대담을 진행했다. 툰베리는 한국 동료들과의 대화에 기꺼이 응했고, 청소년기후행동에서는 김유진, 김도현 활동가가 대화에 참여했다. 한날한시 줌(zoom) 화면에 모인 세 활동가는 같은 용기를 낸 서로를 향해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내일로 내일로 뻗어갔다. 세 사람이 영어로 나눈 대화를 한글로 옮겨 전한다.

그레타 툰베리

2018년,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 위기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는 전세계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로 확대됐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 공로로 <타임>의 ‘올해의 인물’, <네이처>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 과학부문 등에 선정됐다. 지난 6월 17일, 그가 환경운동가로 성장하는 1년을 좇은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가 한국에서 개봉했다.

김도현

2019년 5월부터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멋모르고 기후 운동에 뛰어들었지만 시위, 기자회견, 소송, 강연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힘, 지치지 않고 싸우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언젠가 변화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김유진

2019년 5월부터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제작한 <살아 있는 지구>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즐겨봤다. 지금은 기후 위기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동력 삼아 연설, 시위,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한국 청소년 기후 운동의 성장을 함께하는 중이다. 올해 6월 외국인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하려 한다.

김유진(이하 유진) 안녕, 그레타. 나는 유진이고 한국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어.

김도현(이하 도현) 안녕, 나는 도현이야. 만나서 정말 기뻐. 우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간 내줘서 정말 고마워. 유진과 내가 함께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2018년에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학생들의 작은 모임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전국에 100명 넘는 회원이 있는 단체로 성장했어. 우리는 기후 위기 법안 마련을 위한 결석시위를 진행했고, 정부의 기후 대응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어. 그 밖에도 여러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고 실질적인 기후 정책을 시행하기를 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그레타 툰베리(이하 그레타) 안녕, 나는 그레타 툰베리라고 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청소년기후행동이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들었고 정말 인상적이었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뻐. 기대하고 있었어. 나를 불러줘서 고마워.

유진 지난주부터 학교 방학이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맞아?

그레타 응, 이제 1학년이 끝났고 고등학교를 마치려면 2년이 더 남았어. 너희는?

유진 나는 지난주에 졸업을 했어. 그래서 몇주 동안 집에서 쉬면서 지냈지.

그레타 졸업 축하해!

줌터뷰에 참가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진, 김도현, 그레타 툰베리.

도현 나는 이제 고등학교 졸업반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른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축제도 없고, 방과 후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마땅치 않아.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내가 그동안 누렸던 특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에서, 건강한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게 된 것 같아. 그레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레타 나도 비슷해. 학교로 돌아가고 싶고,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울수록 내가 누렸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인터넷과 디바이스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잖아.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 모든 것이 금방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야.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는 중인데, 노년층부터 접종이 시작돼서 내 차례는 아직 멀었어.

도현 나도 아직 백신을 맞진 못했는데, 곧 맞을 것 같아. 한국에서는 7월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백신을 맞게 되거든. 백신을 맞고 나서, 우리가 얼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으로선 평범한 게 뭔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말이야. 그럼 이제 너에 대한 영화인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웃음) 다큐멘터리 촬영은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네가 스웨덴 의회 앞에 앉아서 결석시위를 시작했을 때부터 찍은 것 같던데?

그레타 맞아. 결석시위 첫날 의회 건물 바깥에 앉아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자마자 다큐멘터리팀이 와서 나에게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어. 나는 찍어도 좋다고 했고 그들은 남은 하루 내내 그 앞에서 머물렀어. 그들은 다음날에도, 그다음날에도 왔지. 그런데 그들에게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만한 예산도 없었고, 그래서 촬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고 해. 그저 내 상황을 재밌게 생각해서 계속 찍은 거야. 그러다 다큐멘터리팀이 시간을 들여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돈도 모았지. 그런데도 이 영화가 정말 완성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대. 이게 무언가가 되리라는 생각에 찍기 시작했지만 정말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거지! 언젠가부터 나탄 그로스만 감독이 늘 내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찍고 있었어. 나는 그것에 점점 익숙해졌고.

유진 되게 멋진데? 그러니까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너도 그들도 이게 한편의 다큐멘터리영화가 되리라고 확신하진 못한 거잖아.

그레타 맞아, 전혀 못했지. 누구도 그렇게 기대하지 못했어. 그러다 2018년 12월에서 2019년 1월쯤에서야 이 프로젝트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질 수 있겠다는 걸 예감했어. 그때부터 전세계 청소년들이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동참했고 그게 글로벌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야. 실시간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묘한 경험이었어.

유진 우리는 며칠 전에 이 영화를 봤거든. 완성된 영화를 본 네 기분이 어땠을까 무척 궁금해지더라.

그레타 나도 스톡홀름의 다른 기후 활동가들, 그중에서도 나와 오랫동안 결석시위를 함께해온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봤어. 그중 몇명은 결석시위 첫주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이야. 그 동료들이랑 같이 보니까 역시나 감정이 벅차오르더라고. 우리 모두 영화에 만족했어. 근데 나 자신에 대한 영화를 보는 건 정말 이상한 경험이더라. (웃음)

*본 기사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기후행동 김유진, 김도현 활동가의 줌터뷰 ②> 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 영화사 진진, 청소년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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