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최선의 삶' 한성민…‘나는 강하다’는 주문
2021-09-01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소영이(한성민)는 예뻤고 키도 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 선생들은 우리라는 덩어리를 싫어했지만 소영이라는 개인을 아꼈다. 소영이 개입하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영화 초반, 강이(방민아)의 내레이션만 듣고도 소영이란 인물이 머리에 그려진다. 선생님의 총애와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소영은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가 엇갈리자 가차 없이 가출을 결심한다. 강이, 아람(심달기)과 서울에 다녀온 뒤, 돌연 소영은 두 친구에게 등을 돌리고 강이의 따돌림을 주도한다.

배우 한성민은 “선택도 행동도 서툴렀던 18살 소녀에겐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 말하며 소영을 헤아린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트웬티 트웬티> 등 연이어 학원물에 출연한 한성민은 <최선의 삶>에서 다시 한번 학교를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다. 그가 완성한 소영은 자신의 심경을 한없이 서늘하고 날카롭게 표현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혼란스러운 10대 시절을 상기시킨다.

-이우정 감독이 한성민 배우의 광고 촬영 사진을 보고 바로 소영을 떠올렸다더라. 배우 본인도 소영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이 있었나.

=소영의 외적 모습이 나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소영도 모델을 꿈꾸고 나도 모델이란 직업을 갖고 있으니까. 또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나 역시 10대 후반이었다. 19살이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나이다 보니 나를 어른처럼 대하는 분도, 여전히 아이처럼 대하는 분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래서 방황하는 소영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소영을 어떤 인물이라고 받아들였나.

=그저 선택과 표현이 서투른 소녀로 보였다. 그 모습이 나쁘게 비쳐질 수 있지만 그게 소영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영도 분명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을까.

-노트에 필기하며 대본을 공부한다던데 <최선의 삶>도 그렇게 준비했나.

=장황하게 노트 한권을 채우는 건 아니고, 내가 연기할 때 필요한 것만 따로 정리하는 식이다. <최선의 삶>을 준비하면서 자기 암시를 많이 했다. 세 배우 중 내가 막내였고 소영과 다르게 소극적인 면이 있어서 ‘나는 소영이다, 나는 강하다’라고 계속 되뇌었다.

-영화에서 소영은 다소 갑작스럽게 가출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진 않는다. 따로 설정해둔 게 있나.

=원작에는 그 이유가 나온다. 소영의 꿈은 서울에서 모델이 되는 건데 부모님은 소영이 영어 교사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부모님을 강하게 설득하기 위해 가출을 결심하는 거다. 자신감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오디션에 나가기만 하면 될 텐데, 왜 안된다고 하는 거지?’ 그런데 첫 오디션에 떨어졌으니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거다.

-지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풀어져 있을 때 감독님께서 다시 예민해질 수 있도록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 특히 날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던가.

=아무래도 ‘푸른 밤’을 촬영할 때 특히 그랬다. 소영이 변화하는 원인이자, 강이와 교감하는 신이다. 촬영 전부터 언니들과 감독님 집에 모여서 동작을 연습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푸른 밤’이 지나고 난 뒤 소영이 집에 가자고 말하는 장면은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집에 돌아온 뒤로 소영은 강이, 아람이와 서먹해진다. 그런데 가만 보면 소영의 시선은 항상 강이에게 닿아 있고 곧잘 강이와 아람 사이에 끼어든다. 마냥 미움만 남아 있는 관계는 아니라고 느껴졌는데, 그런 소영의 감정은 어떻게 이해했나.

=‘푸른 밤’이 지난 뒤로부터 소영은 자기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한다. 그날 밤이 소영에게는 너무 혼란스러운 밤이었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친구들을 대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처음엔 무작정 외면했는데 막상 강이와 아람이 둘만 다니는 걸 보자니 용납이 되질 않았고. 그래서 소외감을 떨치려고 강이를 제외하고 아람에게 오락실을 가자고 말한다든지,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

-학창 시절 배우 한성민은 어떤 학생이었나. 대본 노트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 욕심이 있는 학생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욕심 많았다. (웃음) 성적은 무조건 1등급이어야 하고 반드시 전교권 안에 들어야 했다. 24시 카페에서 밤새워 공부하는 게 일이었다. 중3 때 모델로 데뷔한 후로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일로 옮겨갔다.

-<최선의 삶>의 소영도, <트웬티 트웬티>의 다희도 가출 등 짧게나마 반항했던 인물이다. 배우 한성민도 반항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한데.

=음… 촬영 있는 날 조금 일찍 조퇴하는 정도? 소영과 다희만큼의 결단력은 없었다. (웃음)

-<열여덟의 순간> <트웬티 트웬티> <최선의 삶> 등에서 주로 학생을 연기해왔다. 그 밖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사극을 해보고 싶다. 최근에 <미스터 션샤인>을 정말 재밌게 봐서 사극의 매력에 빠졌다. 현대극의 경우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를 위해 가진 걸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