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클레이의 다리>
2021-09-14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오계옥
마커스 주삭 지음/정영목 옮김/문학동네 펴냄

마커스 주삭을 설명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1600만 독자가 읽은 전작 <책도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주요 도서상을 석권했던 전작이 출간된 후 무려 13년 만에 나온 소설이 바로 <클레이의 다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다뤘던 <책도둑>의 서술자는 ‘죽음’이었다. ‘죽음의 신’의 시선으로 주인공 소녀가 책을 훔쳐 언어를 지키는 모습을 그렸던 <책도둑>은 서술자의 문장이 아주 단순함에도 서정적인 기운이 넘쳤다. <클레이의 다리> 역시 화자는 주인공 클레이가 아니라 큰형 매슈인데, 매슈는 어머니 페넬로페가 어떻게 아버지를 만났는지부터 시작해 던바 가족의 가족사를 군더더기 없이 서술한다.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던바가의 다섯 형제는 서로의 훈육자이자 동료가 되어 살아간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아버지(매슈는 아버지를 살인자라 부른다)는 다섯 형제에게 함께 “강에 다리를 놓자”고 제안한다.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무시하지만 넷째 클레이는 아버지와 함께 다리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매슈는 클레이를 조용한 아이, 또는 미소 짓는 아이라고 설명한다. 형제 중 생계를 책임지는 아이는 화자인 매슈이고 막내 토미는 여러 반려동물을 수집한다. 마커스 주삭은 13년이나 한 작품을 붙들고 있었지만(소설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다), 아이디어는 스무살에 시작됐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민자였던 작가의 부모가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데서 진흙(클레이)으로 다리를 완성하는 과정을 떠올렸고 소설 자체를 계속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을 거쳐 끝내 완성했다.

넷째 클레이가 아버지 마이클과 함께 강바닥에서 다리를 만드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다. 클레이는 다리를 만들면서 “우리는 완벽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년들은 이내 사고를 치고 자주 일을 망친다. 망해버린 것 같아도, 클레이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책도둑>이 소녀의 성장소설이었다면, <클레이의 다리>는 소년의 성장사다. 영화 <머드>(2012)와 <위대한 유산>(1998) 등 여러 성장 서사들과 더불어 읽힐 책이다.

우리들은 살아간다

우리는 던바 보이들이었고, 계속 살아갔다. 각자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클레이는 물론 조용한 아이였지만 전과 달리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레이싱 쿼터를 달리는 아이, 지붕에서 보게 되는 소년. 그 아이를 그날 거기에 올린 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그는 힘차게 그것을 바로 습관으로 바꾸었다. 교외를 달리는 것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는 이제 그가 언제나 돌아온다는 것, 기와들, 풍경과 함께 앉아 있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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